명절의 아침이다.
언제부터인가
명절도 공휴일도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그저 달력에 빨간 날이 하나 더 늘었네,
그 정도였을까.
어젯밤,
조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달라 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는 모습.
집에서는 허락되지 않았을 일탈이
아무렇지 않게 허용되는 밤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이게 명절이지.”
왜 그랬을까.
무엇이 명절다웠던 걸까.
늦은 밤의 라면이었을까,
평소와 다른 규칙이었을까,
아니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빛이었을까.
아이들이 작은 상에 둘러앉아
각자의 접시에 코를 박고 먹는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눈에는
묘한 너그러움이 담겨 있었다.
평소 같으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부모들도
그날만큼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렇다면
명절의 의미는 ‘너그러움’이었을까.
평소보다 조금 더 허락되는 하루.
조금 더 느슨해지는 기준.
조금 더 넓어지는 마음.
온 가족이 둘러앉는 형식보다
어쩌면 이런 태도의 변화가
지금의 명절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새해를 밝히는 명절의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새로울 것 없는 하루가 시작된다.
다만
산과 가까운 어머니 집에서 들려오는
낯선 새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일지라도
평소보다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명절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