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피해라니요?

by glee

일주일째 물을 주었지만, 고추가 달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새벽같이 산에 올라 각종 비료(흙 거름, 액상 영양제)도 한가득 사다가 뿌렸다. 될놈될, 클놈클이라 했던가 밭 초기화 하던 주간에 시장에서 사다 심은 가지, 방울토마토, 파프리카는 단단히 뿌리내린 모습이었다. 충청도에서 올라와 고추모종과 함께 심은 할라피뇨도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흙토마토가 작게 열렸다. 고추와 달리 잘자라주던 가지, 그리고 비료 두 통을 사들고 산에 올랐던 날의 기록.
일주일 간격으로 자란 할라피뇨와 장마기간에 알게 된 우중 농사의 재미.


농작물 탈취범 찾기

장맛비가 텃밭을 휩쓸고 지나간 뒤. 고추는 열리지도 않아 피해는 없었고, 얍실하지만 길-게 잘 자라던 가지가 텃밭 한가운데 밑동만 남은 채 발견됐다. 꼭 누가 뜯어먹고 버리고 간 것 같았다. (심기도 전에 잘 키워 가지덮밥이나 해 먹을까 조리법을 고민했던 나)


별이 아저씨께서 "거기도, 누가 손댄 흔적이 있나요?" 물으셨다. 가지 윗동을 뜯어먹은 흔적과 동물 발자국이 있다고 했더니, 아무래도 농장 이용하시는 분들이 종종 데려오는 애완동물들 소행 같다고 하셨다. 때마침 저 아래깨 고양이인지, 멍멍이인지 어느 어른을 얌전히 기다리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멍멍이도 밭에 오면 노즈워크하고 좋아하긴 할 텐데 농작물 피해가 생기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아저씨와 대화의 묵음 사이를 가르고 마침 흰 옷에 벙거지 모자를 내려쓴 ‘농사계의 대모’ 같은 분이 다가왔다. 그러곤 주변의 발자국, 아침 이슬 맞아 반짝거리는 동물 변 모양을 보며 현장감식을 하시더니


"... 고라니예요" 했다.


최근 관리처에서 반려견과 고라니 출몰의 주의를 안내하는 문자가 왔었기도 하고, 노련미 있어 보이는 선생님의 지목에 최종 범인은 고라니로 결론 내렸다.


고라니의 먹고사니즘

해당 문자를 받았을 땐 도심에서 고라니침입이라니 누가 이런 귀여운 문자를 받겠어 싶어 내심 웃었다. 상추 키울 땐 흔적이 없었던 걸 보면 이파리 식물들은 과육이나 양분이 없어 잘 안 먹는 모양이다. 울타리로 땅 나눠 니꺼 내꺼 하는 규칙은 사람끼리나 통하는 신호지 고라니에게 농작물이 가득 열린 울타리는 반드시 넘어야 할 돌 뿌리 같은 것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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