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아줌마 레벨 7
한 여름 생신인 시어머님께 상추를 잔뜩 따다드리겠다고 얘기 드린적이 있었다. 장마철이 지나 상추는 빗물에 다 녹아버렸고, 뽑아 정리하기도 했다. 때가 맞지 않아 결국 생신에 덜렁 케잌에 용돈만 들고 간 나란 며느리. 물론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 장담할 수가 없다.
내 덕에 상추 잔뜩 먹겠다던 시엄마는 빈손으로 온 날 보며 멋쩍은 웃음만 지으셨고, 뿌리채소들이 성과가 좋지 않다고 했더니 "그깟 거 뭐하러 하냐" 농사하지 말라고 호통을 하셨다. 처음 시집왔을 땐 어머님 말씀하시는 거 집에 꾹꾹 담아와서는 남편 붙들고 울고불고했다. 결혼한 지 7년 되니 줌마레벨이 올라서 이젠 좀 모자란 며느리면 어떤가 싶고, 어머님 말씀도 잘 흘려듣게 되었다.
서운해 하시던 시어머님 생각에 두 달 뒤 추석에 대망의 고추 수확과 가지 수확에 성공했다. 남편과 추석 연휴 첫날 새벽에 가지 몇 가락, 청양고추 몇 개와 추석선물을 챙겨 시댁에 갔다.
음식솜씨가 뛰어난 어머님 덕분에 나는 늘 음식 몇 가지 볶고 설것이만 야무지게 하면 된다. 그렇게 어머님댁에서 밥도 두공기를 먹고, 바짝 군기들어 뭣 마려운 강아지였던 새댁은 어딜가고 짬이 좀 찼는지 낮잠도 자고 왔다.
시엄마의 가지덮밥
가지는 뭐하러 심냐며, 시장가서 천 원이면 세 개를 산다던 시어머님. 새벽녘부터 따러 고생한 남편과 나는 예상했던 말이기도 해서 웃어넘겼다. 몇 일 뒤 어머님께 덕분에 맛있게 잘먹었다는 가지덮밥 사진을 받았다. 문제는 추석연휴 이후에 시어머님과 나 사이에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