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나, 여러 가지 생각들이 휘몰아칠 때가 있다.
이럴 때면, 같은 한 가지의 문구를 선택하고
하루 중 틈이 생길 때마다 계속 되뇌었다.
다른 생각들이 차지할 공간을 남겨두지 않는 나만의 방법이랄까.
생각과 걱정이 많은 편이라, 누군가와 말을 하거나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때가 아니면
내 머릿속은 늘 포화상태다.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소위, 멍 때리는 상태가 되어보려고도 해봤지만
나에게는 1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 방법이다.
하나의 문구만을 되새겨 차라리 최면을 걸어버리겠다 라는 의도였다.
생각지도 못했지만, 효과가 보이는 듯했다.
평소 내가 앓고 있는, 감정 과다증*으로 인해 스스로의 감정 절제가 어려운 나인데,
이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무렵부터는 같은 상황에서도 이 전보다 담담하고 차분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효과를 보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증세는,
눈물샘을 백 개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되던 눈물샘 무한생성증*.
예능을 보다가도 눈물을 보이던 내가 한동안은 눈물을 흘린 기억이 없다.
이 두 가지의 증세가 이토록 많이 호전된 것을 보면, 자기 최면은 내게 최고의 맞춤 치료법이지 않을까.
라고 확신하게 될 때쯤,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나타났다.
머릿속으로 되 내이며 자기 최면을 걸다 보니, 마음은 아닌데 정말 그렇게 된 냥 행동을 한다.
진짜 나아진 것이 아니라
본래의 감정을 지독히도 억누르고 겉으로는 나아진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테면, 나는 하나도 담담하지 않은데, 한 구석의 불안함을 보이지 않게 억누르고서
담담한 척 말과 행동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다른 이에게만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도 정말 담담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버린다.
나 자신까지도 속이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자기 최면의 효과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문제는 본래의 감정이 남아있는데 아닌 척을 하려다보니,
결국엔 병이 나고야 만다.
최면에 제대로 걸려버린 것이다.
아님 최면에 걸린 것이라 믿고 싶을 만큼 간절했을지도.
이 방법은 나에게 있어 마약이나 다름없다.
일단, 자기 최면이 걸리기만 하면,
곪아서 병이 나기 전까지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걱정 따위 없이 평온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나는 너무나 좋았기에.
이 방법이 결국엔 병을 부르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당장 그 순간의 내가, 나와 함께하는 다른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보다 늘 앞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최면에 빠져든다.
언젠가 진짜가 되기를 바라면서
감정 과다증 : 감정, 감성이 풍부한 것을 넘어 과하게 많은 재이리의 증세를 스스로 일컫는 말
눈물샘 무한생성증 : 눈물이 세상 많은 재이리의 상태로 인해 제기되는 증세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