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그 순간의 기록 #18
어린 시절의 나는 수영과 무용의 꿈나무였다.
엄마는 물을 무서워하던 나를 YMCA에 보내 강하게 키우셨고,
어린 시절 <야시> 짓을 해대던 꼬꼬마 재이리를 위해 무용을 시키셨다.
지금은 절대 안 되는 다리 찢기를 밥 먹듯이 해댈 만큼 유연했고,
수영과 무용을 함께 했으니 팔다리가 길쭉길쭉하고 군살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살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두 가지의 운동을 한 번에 끊어 버리고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살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몸 집 있는 어린이라면 한 번씩은 다 가져봤을 별명들로 불렸던 것은 물론이고,
놀림으로 인한 숱한 눈물은 당연한 필수 옵션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처음 살을 빼게 된 계기는
대부분의 다이어터들이 그렇듯 주변의 시선과 놀림 때문이었다.
여름철 반바지를 입고 있는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낄낄거리던 그들의 모습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두고 보자 다짐하며 독한 마음을 먹었더랬다.
그때부터 식단 조절과 함께 줄넘기, 걷기 등 유산소를 중심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식욕은 왕성한데 먹는 양을 줄이려니 예민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예민한 막내로 인해, 무지하게 고생했던 우리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독하게 마음먹은 탓에 짧은 시간에 10킬로그램 이상의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칭찬들까지.
아마도 우리가 다이어터가 되고, 유지어터가 되는 이유는
다이어트로 인해 달라진 기분 좋은 변화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기억들이 출구 없는 다이어터의 길, 그 시작점에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그런데,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을 도대체가 왜 이리도 많고 그놈의 먹방은 언제까지 계속될 건지.
도대체가 텔레비전만 틀면 먹방이니, 자제력을 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그런데 요즘은 심지어 재밌기까지 하다. 정말 미칠 지경이다.
이놈의 대단한 방송국 놈들 같으니.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들리는 유혹의 말들에 위기가 찾아온다.
이제 그만 빼. 지금이 딱 좋아.
하지만 세상의 모든 다이어터들은 알고 있다.
지금보다 더 체중감량을 하고 운동으로 탄탄한 몸이 만들어지게 되면,
보다 더 예뻐질 것이라는 걸.
그렇기에 그때의 모습을 위해 오늘도,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배고픔을 참으면서 오늘도, 다이어트 식단을 짠다.
물론 오늘도, 어김없이 맛있는 것이 머릿속에 가득할 테지만.
이 것이 진정한 다이어터의 길이자, 365일 다이어터의 삶인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변화되는 내 모습을 보며 즐길 줄 알아야 한다.
PS. 난, 아직 멀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