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찰나 그 순간의 기록 #19

by 재이리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넘어져버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려니 내가 달려오던 길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다.

어디가 목적지인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한 번 놓쳐버린 페이스를 되찾을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거야 라는 주위의 말에도, 그저 가슴 답답한 한숨만 쉬어댄다.

.

.



추운 겨울, 해가 진 산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듯 답답하고 애가 탄다.



어딘가에 분명 목적지가 있을 텐데,

온 세상이 깜깜해져 옳은 길과 그릇된 길조차 구분하기가 어렵다.

발을 잘못 디뎠다가 절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려니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앉아서도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기에 바쁘다.


내가 손을 아무리 흔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봤자,

아무에게도 닿을 수 없으니.


누군가가 나를 먼저 알아봐 줬으면,

얼른 이 어둠이 걷히고 밝은 빛이 내 길을 훤히 비춰줬으면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본다.



빛이 내릴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없다.

그때만을 기다리며 손 놓고 기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침이 돼서 잃었던 길을 되찾고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이 깜깜한 밤을 견뎌내야 한다.


숨을 크게 한 번 고르고,

다시 일어나 손발을 걷어붙이고는

불을 지피고 온갖 풀과 나뭇잎을 덮어가며 언 몸을 녹인다.


살아내야 한다.


해가 뜨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추위를 이겨내고 버티면 언제고 아침은 반드시 올 테니까.



.

.
그래.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일어나면 그뿐이다.



이제 막 깜깜해진 밤과
쨍쨍한 햇살을 가득 품은 기분 좋은 아침,


그 사이에서 아주 잠깐, 길을 잃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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