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환상

by 재이리



어른들이 말하는 혼기가 꽉 찬 나이.

멀게만 느껴지던 그 나이가 눈 깜짝할 새 내 나이가 되어있었다.


모임을 나가도 싱글보다 커플인 이들이 더 많고, 기혼자가 더 많을 때도 다반 수.

며칠 전 모임을 나갔을 때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기혼이었다.

그러니 이야기 주제가 결혼이 되어버린 것은

이상할 것 하나 없을 만큼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을 하면 이렇게 저렇게 살고 싶다며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

그런 것부터 버려야 한다며 그들은 나를 금세 현실로 끄집어낸다.

그리고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랑과 설렘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시월드란 어떤 것인지 등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살던 내가 이야기가 끝날 무렵이면

‘나는 싱글라이프를 조금 더 즐기는 것으로.’라고 말할 만큼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하다.


그럼에도 왜 결혼을 하고 싶냐는 그들의 물음에

글쎄.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

장바구니의 손잡이 한쪽씩을 나눠 들고서 웃으며 걸어가는 단란한 부부가 두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같은 방향인지 한참 동안 같이 걸어가게 되었고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떠올랐다.

내가 결혼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저 혼자이던 일상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 싶고

헤어지고 만나는 사이가 아닌, 매일을 함께하는 사이이길 바라는 마음.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사람과 함께인 일상이라면

평범한 하루도 특별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


물론, 그 외에도 아주 많은 현실적인 부분들이 따라올 테지만,

그럼에도 이런 생각들이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싶게 한다.


내 주변의 모든 기혼자들은 그런 것 또한 환상이며 가장 위험한 것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모두가 환상이라고 여기는 이 모든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 줄 사랑꾼이 선물처럼 나타날지도.


쯧쯧쯧 혀 차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건 기분 탓이겠지.



언제 할지도 모르는 결혼에 대한 환상은 이쯤에서 그만 접어두고,

일단은, 싱글라이프를 즐겨보는 것으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포기가 쉬워질 때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