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 15분. 어렵게 잠이 든 지 고작 한 시간 만에 잠에서 깼다.
가끔 꾸던 악몽에 시달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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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오랜 시간 긴 이야기를 나누다 아주 짧은 틈에,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봤다. 지금의 나와 닮은 듯 참 많이도 달랐던 그때의 나. 벌써 수년 전, 걱정 없이 행복하기만 했던 왈가닥 시절 아주 짧은 기간의 일. 누군가에게는 '다 지난 일인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려'라고 툭 던질 수 있는 가벼운 일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참 지겹게도 지워지지 않고 질척이는 기억이다.
아주 가끔 몸이 너무 아플 때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이따금씩 그 기억은 꿈이 되어 다시 나타난다. 꿈일 뿐인데 악몽이란 건 왜 인지 항상 지금의 일인 듯 생생하다. 꿈을 꾸는 내내 울어 눈이 잔뜩 부어있는 채로 일어나기도 하고, 끙끙 앓다가 일어나면 온 몸에 잔뜩 힘을 준 탓인 지 온몸이 뻐근하다. 그리고는 또 한참 동안을 가라앉은 기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떠올릴 때마다 코가 시큰하고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아픈 기억이지만, 언제부턴가 도리어 그때의 일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른 줄에 들려니 철이 들었나.
살아가면서 겪은 나쁜 일들이 인생을 휘청거리게 할지라도 잘 견뎌내면 배우는 것은 두 배, 세 배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 나 역시도 한 번의 뼈아픈 기억이 남겨준 것들이 참 많다. 상처와 악몽은 필수 그 외의 좋은 점들은 옵션이랄까, 내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한 번 더 생각하려 하고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그 일은, 내가 조금은 더 어른스러운 마음과 깊이 있는 생각을 가진 어른이 되게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그만큼의 아픔을 되돌려 받는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상처라는 것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원하지 않아도 받게 되는데, 그 이후의 삶은 상처를 준 사람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더 많이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분노가 극도로 달해 앞뒤를 재기 어려운 때에는,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 주거나 또 다른 형태의 아픔을 그 사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복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결국 나 스스로 나에게 생채기를 내서는 나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책에서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말하지 않는가. 보란 듯이 잘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고. 나 역시 진부한 표현이라 여겼던 이 말이 지나고 나니, 제일 정확하고 현명한 복수라는 것을 알았다. 나란 사람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사랑받아 마땅한 내가 망가질 이유가 없고, 넘치게 행복해도 모자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내가 얼마나 값진 사람인지를. 얼마나 좋은 친구, 연인을 잃은 것인 지를 말이다.
본의 아니게 일찍 시작해버린 오늘 하루,
어제보다 오늘의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며 빈틈없이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