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을 함께하는 것

by 재이리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의 여행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독립출판에 뛰어들고 여행 가이드북 집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큼.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성향이라 해보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의 여행 스타일은 몇몇 친구들에겐 함께 여행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연인 st로 꼽히기도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일출, 일몰, 노을 등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그런 자연경관을 벗 삼아 러닝을 하거나 특별한 장소(산의 정상, 오름, 수려한 경관이 잘 보이는 카페 등)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사랑한다. 일출 일몰의 명소는 모두 가서 직접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유 없이 관광지만 찍고 오는 빡빡한 일정은 선호하지는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현지의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에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나’와 그의 5박 6일의 제주도 여행. 누군가와 만남을 지속하면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함께 타지에서 보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혹시 그의 곤욕스러운 일주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면, 틀렸다. 그는 조금은 유별난 나의 여행 스타일이 신기하리만큼 꼭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함께 하는 타지에서의 모든 생활이 집보다 편안하고 온종일 재밌었던 여행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제주에서의 시간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평소 데이트할 때는 이보다 잘 맞을 수 없다 생각하다가도 막상 여행을 떠나면 무언가 조금씩 어긋나는 사람이 있다. 큰 다툼이 없는데 함께하는 여행이 지루하게 느껴진다거나 유독 피곤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고 말이다. 단순히 내 컨디션의 문제일까. 어쩌다 한 번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과 먼 미래를 그리며 진지한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면 가볍게 넘기고 말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반나절 데이트, 1박 2일의 여행은 상대의 행동이나 생활습관들이 나와 너무 맞지 않더라도 사랑하니까 참을 수 있고 맞춰줄 수 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참고 견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연애할 때는 몰랐는데 결혼하니 이렇더라.라는 말은 그렇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 아닐까.


결혼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고부터 결혼을 한 커플을 보면 늘 묻곤 했다.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해도 되겠다.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결정하는 기준이 뭐야?’ 그럴 때마다 라이프스타일과 유머 코드가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1주일이라는 시간이 엄청 긴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 사람이 나의 벤츠 씨 일까?


여행이 정답을 꼭 집어주지는 않지만

막막했던 주관식의 문제를 보기가 있는 객관식으로 바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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