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만 서운해

by 재이리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에게 내 마음을 숨기고 들어내지 않는 밀당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 마음을 감추고 나의 감정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의 목적은 상대를 애태워 나에게 더 빠져들게 하기 위함일 테다. 하지만 나의 경우, 상대가 애타기 전에 내 속이 새까맣게 타서 재가 되고 만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말을 해야 병이 나지 않는 투명한 연애를 지향한다. 내가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사랑과 감사, 고마움과 같은 밝은 감정뿐만 아니라 서운함, 슬픔, 화남 등의 어두운 감정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사실, 이러한 나의 연애스타일은 밀당에 길들여진 많은 남자들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연애로 치부되곤 한다. 그렇다고 나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연애를 하다 상처를 받아도 나의 방식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았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니까. 다시 연애를 시작해도 나는 또 나였다.


우리의 연애가 시작된 후 한동안 그는 이런 나를 믿지 않았다. 밀당을 잘못 배운 사람들만 만나고 온 탓에 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명 속뜻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혼자 오해를 하곤 했다. 나는 진심으로 전달한 '괜찮아' '이해해'라는 말에도 괜찮지 않은 건가. 화가 난 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무수한 걱정의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화가 나면 둘러 이야기하지 않고 이야기하겠다며 그의 걱정 가지를 조금씩 잘라내곤 했다. 그가 말했다. 이제까지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정말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그 이후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기쁘고 슬프고 화나는 모든 순간들을 함께 겪어보고 나서 그는 나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런 나의 솔직함은 우리 연애를 지루하게 만들기는커녕 다툼을 없애고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한 꽃길을 만들어주었다.


이해하지만 서운해

이해하지만 아쉬워


라는 말은 나의 단골 멘트이자 그의 웃음 포인트다. 이중적인 말이지만 이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만나기로 한 날 그에게 취소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만나기로 했으니 하루 내내 기대에 차있었고 데이트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준비했던 나는,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서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해하지만 서운할 수밖에. 한 가지의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연인 사이에 이런 경우는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나는 위의 문장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도 충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한동안 뾰로통하더라도 이해해달라는 말로 앞으로 일어날 나의 행동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편이다. 솔직한 나의 마음과 그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에 그는 늘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고 말하고 나를 달래주려 노력한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결코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여기지 않길 바란다. 여자의 마음, 남자의 마음을 모르겠다. 어렵다.라는 것은 다 솔직하게 사랑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이다.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그 마음을 소중히 받아들이는 일, 내가 누군가의 벤츠 씨가 되고 나의 벤츠 씨를 만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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