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할 때

찰나 그 순간의 기록 #07

by 재이리




언제부터였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늘 한숨을 달고 산다.


특별한 이유 없이 기분이 울적하여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슬픈 영화와 조용한 노래만 찾아 듣는다.

어떻게 해야 이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까.


고기를 사다가 구워 먹어보고, 얼큰한 국물의 찌개를 끓여 먹기도 하며

이것저것 끊임없이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배는 터질 것처럼 가득 찼는데 마음은 여전히 텅 빈 듯 허전하다.

더부룩한 탓에 도리어 기분이 더 상하고, 소화가 안 돼서 결국엔 병이 났다.


이 방법은 틀렸다.



그럼, 다 잊고 신나게 놀아볼까.


한껏 꾸미고 친구들을 만나 아무 일도 없는 듯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오니. 도리어 이 전보다 더 쓸쓸하기만 하다.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꼴이 되어버렸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며칠 동안 눈을 뜨고 감는 일만 반복하며

푹 쉬어보아도 역시, 달라지는 건 없다.



그냥 그러려니.

이제는 나아지기를 포기했다.



미뤄두었던 일에나 집중해야지.

서류를 찾다가 함께 꽂혀있던 책 한 권에 시선이 멈췄다.

동네책방을 들렀다가 <괜찮아>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사두었던 책이다.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본다.

모든 왼쪽 페이지에는 상황이 그려지고,

다음 페이지에는 그 상황이 어떤 것이든 괜찮다 하며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림과 말이 적혀있다.


괜찮다는 세 글자와 투박하게 그려놓은 그림.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괜히 눈물이 났고

페이지를 더할수록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토닥토닥. 괜찮아.


짧지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진짜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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