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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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펀딩 오픈! 오픈을 했으니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새로운 산을 만났다.
작년 12월 20일 텀블벅을 오픈했고, 벌서 1개월 하고도 1주일이 더 지났다. 41일간의 펀딩 기간을 설정했고, 이제 3일 만을 남겨둔 상태다. 크리스마스, 신정, 구정 연휴를 모두 끼고 있는 기간이라 길게 설정을 했는데, 기간과 후원금액이 비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취소 건수도 적지 않게 나오는 문제가 생겼다. 그 외에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느끼게 되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원래는 "텀블벅 마케팅,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같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도통 성과가 안 나고 마케팅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에 텀블벅을 진행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기로 했다. 마케팅이 빛을 볼 때까지 다음 글을 안 쓰다, 결국은 종료 3일을 앞두고 이렇게 회고의 글을 쓰게 됐다.
그래프의 기울기가 큰 구간이 두 군데가 있다. 오픈 이후 3일 정도 성적이 좋았고, 잠깐 사그라든 이후에 또 2일 정도 반응이 생겼다. 처음엔 신규 펀딩 중 추천 아이템으로 메인에 올랐고, 동시에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에도 소개되며 초반에 후원이 빠르게 늘어났다. 계속 이런 페이스가 지속될 줄 알고 김칫국도 한 사발 들이키던 이때… 그리고 잠깐 사그라든 이후에 다시 후원이 늘었는데, 이 때는 텀블벅 뉴스레터에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틀간 큰 증가를 보였고, 그 이후에도 유입 경로를 보면 텀블벅 뉴스레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텀블벅에 재미있어 보이는 아이템이 많이 올라와서 구경은 자주 했지만 펀딩은 좀 소극적으로 했었는데, 텀블벅 열성 유저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수백, 수천% 의 달성률을 기록한 아이템들은 모두 SNS의 유명세를 통해 이뤄낸 것이라 생각했는데, 텀블벅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선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신뢰 가는 메이커로서 다음 펀딩 때는 좀 더 메인에 노출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알리기 위해 광고를 몇 번 집행해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참 금액 대비 효과가 안 나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하게 되는 현실…
굉장히 소극적으로 집행을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광고비를 많이 쓰면 매출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이윤이 남을 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텀블벅의 유입경로 분석이 정확하다는 전제 하에) 마케팅 캠페인을 통한 후원 금액이 광고비보다 적다. 전체 매출을 늘리려면 해야 하지만, 오히려 속으로는 까먹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다만, 위 그래프는 몇 가지 이유로 신뢰도가 떨어진다. 후원금액이 1원 단위로 나올 수가 없는데 1원 단위로 나오고 심지어 다 더했을 때 전체 후원액과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기간을 달리하면 금액이 달라지는데 위와 같이 전체 구간으로 놓고 보면 '마케팅 캠페인을 통한 후원'이 80,213원이 나오고 1/1~1/26으로 기간을 좁히면 후원액이 80,649원으로 오히려 늘어난다. 어디까지나 참고만 할 뿐 절대적으로 신뢰할 그래프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래프만 보면 광고를 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좀 어려운 문제가 있다.
펀딩 기간 내내 번역 감수와 교정, 앱 개발을 진행했고 지금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 무언가가 없었다. 책이라도 출간했으면 책 사진이라도 냈겠지만, 텀블벅을 통해 수요예측을 한 후에 출간을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뭔가 사진을 찍을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알리며, 기대감을 심어주는 일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런 부분이 부족했기에 기간이 길어지면서 취소를 하는 사람들도 나온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텀블벅이 성공적으로 끝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을 텀블벅 페이지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반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일단 트래픽만 만들어내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될 것이라고... 크라우드펀딩의 특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익숙하니 다른 사람들도 익숙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돈을 낸 것 같은데 돈은 안 빠져나갔고, 심지어 빠져나갈지 안 나갈지 한 달은 더 지나야 알 수 있고, 게다가 택배 도착까지 두 달은 걸리는 그 프로세스를 누구나 알고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부 유저를 텀블벅 페이지로 보내는 것 이상으로, 텀블벅 페이지에서 현재 어떤 준비과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줬어야 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텍스트 작업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여줄 것이 마땅치 않아 결국 아무것도 중간 공유를 하지 못 했는데,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기대감을 심어주는 일을 했어야 했다.
물론, 외부에서는 계속 무언가를 했었다. 영어 앱북은 현재 운영 중인 ‘스터딩캣’에 추가될 예정이라서, 이 앱의 사용자 3000여 명에게 지속적으로 공지를 하고 이벤트도 진행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스터딩캣의 유저일 뿐 텀블벅을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탓에 낮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외부 고객을 텀블벅으로 유입시키고 구매로 전환시키는 것보다, 펀딩 페이지에 들어온 사람에게 신뢰를 쌓는 일에 초점을 맞췄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보여줬어야 했을지'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아예 안 한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제 텀블벅 종료까지 3일이 남았습니다. 구정 연휴 동안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거나, 올해에는 책도 좀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꼭 구경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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