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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Dec 23. 2019

7. 텀블벅 준비 - 메시지부터 리워드 구성까지

크라우드 펀딩의 승부처는 상세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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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중요한 제목과 표지, 그리고 내용도 모두 정해졌다. 교정과 삽화 작업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펀딩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4화에서 소개했던 에디시옹 장물랭 출판사의 이하규 대표님한테 수업을 받던 날, 초반에 매우매우매우 강조하던 부분이 있었다. 



텀블벅 상세페이지는 정말 중요하니까, 지금부터 준비해두세요!
임박했을 때는 지쳐서 대충 쓰게 됩니다. 그런데 대충 쓰면 안 돼요.



그때는 그 의미를 체감하지 못했고, 당연히(?) 안 썼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상세 페이지는 정말 정말 중요하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모든 제품들은 아직 실사용자가 없는 제품들이다. 프로토타입만 나왔거나 그마저도 안 나온 제품들이기 때문에 상품 상세 페이지가 아니면 어디서도 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나마 메이커가 믿고 사는 메이커라면 좀 괜찮겠지만, 이번에 책을 처음 낸다고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내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우리에게 입소문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텀블벅 시작 목표 날짜를 2주 정도 앞둔 시점,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첫 문장이 참 안 써져서 미완인 상태로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구성을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도 하고 다른 펀딩의 페이지도 많이 봤다. 그럼에도 입력창 앞에서 내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정리가 안 됐는데, 이 매거진에 써놓은 브런치 글들을 다시 보면서 조금씩 정리가 됐다. 그만큼 쓴다는 것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어 정리했다. 메시지와 가격, 그리고 리워드 구성에 대해서. 



메시지

모든 제품들이 그렇지만, 특히 크라우드 펀딩에 올라오는 제품들은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문제들, 힘들었지? 이게 도움이 될 거야.” 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그 해결 방안이 구체적일수록 좋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굳이 시간 내어 읽어주지 않으므로, 해결책을 시각적으로 표현할수록 좋다. 그런데 아직 실제 제품이 없기에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면 디자이너의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 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작업해놓은 표지와 내지 이미지, 그리고 교정까지 완료된 원고 일부를 사용해 목업 이미지를 만들었다. 


책의 표지
책의 내지와 모바일 단어장 예시 이미지


이 일부 이미지로 대~충 어떤 책인지 그림은 그려질 수 있어도, 실제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 책과 함께 제공되는 모바일 단어장, 오디오북 MP3를 통해 효과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앱에서 똑같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1분짜리의 영상을 제작하였다. 역시, 구구절절한 말보다는 이미지와 영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인어 공주 1분 들어보기 영상



가격

가격 책정만큼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다. 어제까지 4일 동안 서울 일러스트 페어에 참여한 아내와 함께 부스를 지켰다. 매번 온라인 서비스만 해보다가 이렇게 눈 앞에서 고객의 반응을 바로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많은 점들을 느꼈지만, 말 그대로 절감한 것은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온라인에 올려놓고 안 팔리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바로 눈 앞에서 “어머~ 어쩜 이렇게 귀여워!” 하고선 떠나니 별별 생각이 든다. 나는 평생 무언가에 그리 큰 리액션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생전 처음 보는 캐릭터에 그리 큰 반응을 보여주니 고마운 마음도 들고, 그런데 왜 안 사는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호감과 관심에서 구매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장벽의 높이를 좌우하는 것은 가격일 것이다. 


브런치 글 삽화에 자주 등장한 아이들


우리가 만드는 책은 어떨까. 책 한 권의 가격은 천차만별인데다, 우리가 내놓는 책은 기성 제품의 어느 정도 수준으로 놓고 봐야 할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책만 만들어온 기성 출판사에 비해 부족함이 없을 리가 없다. 게다가 생산 규모의 차이로 인해 제작 단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도 어렵다.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첫 펀딩에 관심을 보여주고 후원해주시는 것에 감사하여 가능한 저렴한 가격에 책정을 하고 초반 얼리버드 30명은 더욱 저렴하게 책정했다. 모든 배송비는 우리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고. 좀 다른 이야기지만, 앞으로 무료 배송 안 해준다고 투덜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 :) 



부가 상품 (굿즈)

이유는 모르겠는데 모든 크라우드 펀딩, 특히 텀블벅은 굿즈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아니, 도서 산업에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사은품을 샀는데 책이 딸려왔다라는 기사가 나온 지 3년 정도 됐는데,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알라딘에는 롱패딩까지 굿즈로 내놨다. 


우리가 롱패딩을 만들 수는 없으니, 가격도 적당하고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굿즈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러스트의 장점을 살린 엽서와 뱃지, 그리고 책의 제목과 컨셉을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렌티큘러 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엽서, 뱃지, 렌티큘러 카드. 엽서는 1장 더 추가될 예정이다.


책의 컨셉이 “사랑의 기간이 끝나 오히려 미움의 감정이 더 커져버린 관계를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반된 감정을 나타내기에 렌티큘러 카드가 적절한 굿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이 용어를 처음 알게 됐는데, 렌티큘러 카드는 이렇게 생겼다.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렌티큘러 카드. 그나저나 이거 너무 갖고 싶다 ㅠ




이렇게 준비를 하여 텀블벅을 시작한 지 3일이 됐다. 혹시라도 철저한 무관심 속에 끝나지는 않을까 우려도 됐는데, 다행히도 후원이 100%가 넘어서 제작이 확정됐다. 남은 40일 가까운 기간 동안 더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은 잘 안 잡히고 있다. 다음 포스팅은 마케팅 혹은 앱북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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