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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Dec 08. 2019

6. 단편집의 목차와 제목, 표지 결정

영어 원서 읽기에 도전할 만한 6개의 단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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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해 본 녹음. 전문가들이 작업을 한 덕분에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고, 결과물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이제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가장 중요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제목과 표지를 정해야 한다.


제목과 표지 이야기를 하려니 목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3화에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는 치정, 파국, 사랑과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울리는 단편을 선별했다. 한때 인기리에 방영됐던 사랑과 전쟁을 떠올리며, "챙겨보지는 않아도 TV 켰을 때 보게 되면, 어느 에피를 봐도 자극적이고 재밌지."라는 생각에 키워드를 그렇게 정했었다. 법정으로 향한 사연은 다양하지만, 얼핏 봤을 때는 남녀가 번갈아가며 바람피우는 내용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비슷한 내용처럼 보이지 않도록, 시대, 화자, 사건, 작품 분위기 등이 겹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최종적으로 6개의 단편을 선정했다. 



6개의 단편 소개 & 원서 읽기 수준

1)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아르투어 슈니츨러

시작은 전형적인 불륜 소재인데, 끝은 예측 불허. 사건이 발생한 후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 사랑에 이끌려 불륜을 저지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긴장하고, 본인 또한 그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하는 심정과 심장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진다.


[원서 읽기]
원래는 오스트리아 작가의 작품으로, 영어로 번역된 것을 수록했다. 일상적인 대화 내용이 많아, 주로 익숙한 단어들로 되어 있다. 특히, 문장이 짧은 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2) 한 시간 동안에 일어난 일 - 케이트 쇼팽

케이트 쇼팽은 20세기 페미니스트 소설의 선구자로, 우리 둘 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는 굉장히 놀랍고 찜찜했다. "뭐 이런 내용이 다 있지"라는 생각과 우리가 정한 컨셉에 맞아떨어져 잘 됐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그런데 볼수록 그 구성이 상당하다. 굉장히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복선과 반전 등이 아주 깔끔하다. 19세기에 집필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


[원서 읽기]
심정과 주변 풍경을 묘사하는 표현이 있어서 다소 어렵지만, 짧아서 도전할 만하다. 기사 한 꼭지보다 좀 더 긴 수준으로, 약 1,000개의 단어로 구성이 되어 있다.



3) 원뿔 - H.G.웰스

H.G.웰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탐 크루즈의 영화 '우주 전쟁'의 원작자로서, 대표적인 SF 작가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단편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 시켜줬고.. "로 익숙한 '잘못된 만남'의 19세기 버전이라고 봐도 좋다. 플롯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전개는 절대로 심심하지 않다. 


[원서 읽기]
제철소, 용광로 등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낯설 수 있다. 그래도 플롯이 단순해서 원서 읽기에 도전할 만하다. 



4) 광란의 40번대 구역에 꽃핀 로맨스 - 데이먼 러니언

아가씨와 건달들로 유명한 데이먼 러니언의 단편이다. 주인공들은 죄다 건달에 폭력배, 살인과 강도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당히 유쾌한 분위기다. 이번 책을 준비하며 단편집을 많이 읽어봤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고 술술 잘 읽힌다. 


[원서 읽기]
우리말로 읽으면 참 재밌는데, 영어로 읽기에는 쉽지 않다. 문장들이 꽤 긴 편이고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묘사가 사방에 깔려 있어서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한 번 도전!? 



와시 - 윌리엄 포크너


5) 와시 - 윌리엄 포크너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노벨 문학상과 두 차례의 퓰리쳐상을 수상하였다. 유일하게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 아니고, 남북전쟁을 이끌었던 대령 서트펜과 그를 평생 모셨던 와시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신의 롤모델과도 같았던 대령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원서 읽기]
영어로 읽기에는 6개의 단편 중 난이도가 가장 어렵다. 사실, 우리말로 읽기에도 쉽지 않은 문장이 많다. 굉~장히 문장이 길고, 많은 대화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대사에 남부 사투리가 많이 섞여 있다.



인어공주 - 안데르센 (그림은 미완성 상태)


6) 인어공주 - 안데르센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단편.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고, 아동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안데르센의 대표작이지 않은가. 그런데 원작의 결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의외로 별로 없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이게 정말 아동문학일까 싶을 정도로 예상을 빗나가는 엔딩이다. 

[원서 읽기]
무대는 바닷속이고 사람도 아닌 인어의 이야기이지만, 친숙해서 낯설지는 않다. 아동문학 작가의 글이기 때문에 읽기에도 좋은 편이다. 인어공주의 원작을 원서로 한번 읽어본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다.




전형적인 불륜 이야기, 주인님과 하인의 관계 변화, 인어와 인간의 사랑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을 참 많이 고민했다.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와 같이 요즘 범람하는 힐링식 제목으로 가야 할지, “영어와 한국어로 읽는 세계 문학 단편 6선” 같이 목적에 충실한 제목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고민 끝에 우리가 이 책을 어디서 어떻게 판매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서점의 영어 공부 코너에 온 손님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문학 작품 코너에 온 손님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유통 채널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이다. 이 곳에서 책에 대한 소개나 앱을 통해 원서 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굳이 책 표지에 "쉽고 편리한 원서 읽기!", "앱을 다운로드하면 더욱 쉽고 편하게 읽으실 수 있어요!", "2020년 새해에는 원서 읽기 도전!" 같은 문구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 텀블벅의 주요 소비자층이 20~30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최대한 예쁘고 깔끔하게 디자인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표지를 일러스트 한정판으로 제작하고, 나중에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유통할 때는 표지가 지금보다는 복잡(?)해질 것 같다. 


제목도 오롯이 텍스트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그 느낌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치정, 파국, 사랑과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하였다고 했지만, 이들은 한때 (남녀 간의 사랑 외에 넓은 의미로) 사랑했던 사이다. 사랑의 기간이 끝나버려, 오히려 미움의 감정이 더 커버린 관계라는 점에 착안. Love에서 Hate로 변한 감정을 한 줄의 이미지로 나타냈다. 텍스트로는 I Hate you.

책의 표지. 이 표지를 감싸는 커버가 추가된다.


커버는 이미지의 포함 여부, 이미지의 레이아웃, 이미지의 종류를 바꿔가며 여러 가지 시안을 작업하였다. 단편집을 구성할 때, '누구나 알고 있긴 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나 넣기로 했었다. 소위 간판 작품이 필요했고, 그것이 인어공주다. 그래서 책 표지에 인어공주가 들어가는 것을 당연시하고 작업을 했다. 


텍스트 중심의 책 커버
인어공주 이미지를 작게 배치한 버전
인어공주 이미지를 크게 배치한 버전


우리는 여러 시안을 작업한 결과, 이미지가 크게 들어간 버전이 마음에 들어서 3번째 이미지로 잠정적으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봤을 때,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미움의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 또한 충분히 납득이 되는 지적이라서 다른 버전의 이미지를 제작하였다.


와시 이미지를 크게 배치한 버전


이미지가 훨씬 강렬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간판'작품인 인어공주를 마음속에서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테스트용으로 인쇄한 표지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여러 종류의 종이로 출력한 테스트용 표지


종이와 출력의 세계는 너무나 심오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행하고 있는데, 모니터로 보던 것보다 출력해서 보니 훨씬 마음에 들어서 더욱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와시 이미지를 크게 배치한 붉은색 커버가 눈길을 사로잡아 우리 모두 붉은색 커버로 잠정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인쇄 방식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여 아직 좀 더 테스트가 필요하다.


책의 날개가 달린 커버(왼쪽)와 속표지(우측)로 유력한 디자인


본문의 교정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책 인쇄가 들어갈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편이다. 일단, 인쇄할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이제 크라우드 펀딩의 목표 날짜까지 앞으로 8~10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크라우드 펀딩 준비는 그저 책 소개나 가격만 올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리워드 구성과 마케팅 전략도 수반된다. 어떻게 책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지, 어떠한 효용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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