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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pr 16. 2020

기승전결의 ‘전’으로만 이루어진 90분

아흔 다섯번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보고

버드 박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항상 같이 거론되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버드 박스가 살기 위해 눈을 가려야 한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살기 위해 입을 막아야 한다. 말뿐만 아니라 어떠한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 ‘소리 내면 죽는다’는 강한 설정 덕분에 러닝타임 90분 내내 기승전결의 ‘전’으로만 달려 나가는 것 같은데, 이야기는 ‘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좀 애매하다. 재밌냐고 물으면 재밌다고 얘기할 테고, 추천할만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얘기할 텐데, 전제가 하나 있다. 90분 동안 뭔가에 집중해서 볼만한 게 필요하다면 아주 훌륭한 영화이지만,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그렇지가 못 하다는 것이다. 


영화는 지루함과 긴박함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니 초반에는 거의 대사조차 없을 정도로 조용해서 자칫 지루하기까지 하다. 왜 조용해야 하는지 설명도 부족한 상태로 그저 조용하기만 해서 약간 지루한데, 그 고비만 넘기면 상당히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중반부터 숨죽이고 보게 되는데, 다 끝나고 나면 “응? 근데 괴물이 왜 있는 거지?”라는 물음이 생긴다. 그런 궁금증이 전혀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그리고 다행히(?) 그 짜임새를 보완할 두 번째 찬스가 있다. 2년 만에 속편이 나오게 됐는데, 이번에는 괴물이 나오게 된 원인이 설명될 것이라고 한다. 버드 박스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설명이 깃들여진 것처럼, 2편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2편은 계획에 없었다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급하게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 :) 이렇게만 끝내기엔 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명이 부족한데, 처음부터 2편 제작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다. 


1편이 큰 성공을 거둔 덕에 2편이 나오게 됐고, 2편 또한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개봉일이 한참 미뤄지게 됐다. 영화를 뒤늦게 알게 된 탓에 1편은 집에서 봤지만, 2편은 극장에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편의 후기를 보면 극장이 이렇게나 조용한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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