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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pr 13. 2020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기에 공감이 되는 딜레마

아흔네 번째 영화, 울프 콜을 보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생활이 멈춰진 지금을 핵미사일 발사를 앞둔 전시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평상시보다 ‘원칙을 원칙대로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수많은 자가 격리자가 규정을 어기고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보도를 거의 매일 마주할 수 있고, 그때마다 강하게 처벌해야 하거나 애초부터 자율에 맡기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죽하면 부산행에서 이를 갈며 봤던 악역(김의성 역할)이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게 되려면 (부산행에서는 그저 본인이 걸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소수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비인간적인 것 같은 주장에 더 이상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말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감수해야 할 희생자가 본인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그를 희생시켜야 하는 칼자루를 쥔 사람이 본인이라면 어떨까.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전시 상황에서의 프로토콜을 따르는 것, 그리고 본인과 주변인들의 희생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어느 쪽도 행복한 결말은 아니기에 더더욱 고민되는 선택이다.


이전에 다룬 1917이 압도적인 영상과 세련된 연출로 관객을 전장으로 보내버린다면, 이 영화는 전시상황에서의 고민을 함께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최악의 딜레마에 빠진 전쟁 영화의 주인공에게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상 시라면 남의 이야기로 느껴질 선택이 그렇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영화 울프 콜은 액션 블록버스터, 초대형 잠수함 액션으로 마케팅이 되고 있지만, 실은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심리 묘사에 더 치중을 둔 영화로 보인다. 중반까지는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 영화는 잔잔한 영화 위주로 봤기에 긴장감 있는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대사만으로는 현장의 긴박함이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영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는 워낙 많이 봐서 대사의 억양이나 일부 단어만으로도 분위기가 충분히 전달이 되는데, 프랑스어는 그 느낌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단순히 언어 탓만은 아닌 것 같은데, 초중반에는 긴박감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로맨스가 섞여 있는데, 곁가지에 불과한 것 같다. 배우는 매력적이었지만, 이야기 흐름상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는 안타까운 배역이다.


무려 1개월도 더 전에 본 영화 리뷰를 이제야 올리게 됐다. 개인 사정상 시간을 내질 못 했던 탓인데, 얼마 전에 1개월 만에 본 영화가 공교롭게도 또 소리를 주요 소재로 삼은 영화였다. 울프 콜이 소리를 감지해서 적의 움직임을 포착해야 하는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반대로 소리를 내면 적에게 움직임이 파악되어 죽임을 당한다. 바로, 콰이어트 플레이스다. 주요 소재가 소리라는 것을 제외하면 장르도 접근법도 모두 달라서 차이를 생각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 영화에 대한 글도 조만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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