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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Mar 31. 2019

퇴사후 처음으로 ‘왜 그 일을 해야할까'란 질문을 했다

회사 다닐 때는 놓쳤던 Why와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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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일을 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6년 동안 끊임없이 같은 일로 소모되고 있다는 감정 때문이었다. 

퇴사 날짜는 한참 전부터 마음속으로 정해놨었다.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인 퇴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준비 상태가 충동적인 퇴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야심 차게 준비(했다고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실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20대를 바쳐 10년을 운영했던 만화 관련 커뮤니티가 있었다. 10년을 넘게 취미로 운영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결점이, 3개월간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보니 너무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애정과 집착이 만들어낸 콩깍지가 벗겨진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른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그때 버렸던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할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반드시 다시 할 것이고, 꼭! 그 일을 실현시키면서 과정을 기록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 


처음 해보는 종류의 고민이었다. Simon Sinek의 골든 서클을 보면, 일의 시작은 Why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Why를 생각해 본 적은 사실 없다.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업무 분장을 하니 그 일이 나한테 떨어졌으니까, 혹은 우리 팀이 해야 하니까 그 일을 했다. 무엇(What)을 하라는 지시가 나오면, 그 일을 어떻게(How) 잘 처리할지 고민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직장인은 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잘 해내느냐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다른 것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했고, 타 부서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디자인 및 개발의 리소스가 많이 없다면 기존의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2, 3단계로 일을 나누어 급한 부분부터 만들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부분은 오픈 이후에 일정을 따로 잡는 식으로 하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회사에서는 항상 일을 어떻게 잘해야 할지만 고민했었다


반면, 1인 기업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마음의 소리에 따라 하고 싶은 일에 몸을 던져서 잘 먹고 잘살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냐만은, 실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절대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취준생이 되어야 하니까. '사용자를 많이 모으면 언젠가는 수익이 발생하겠지, 카카오톡을 봐!'같은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수많은 무료 사용자를 기약 없이 버텨내기엔 엄청난 총알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적은 금액이더라도 소득이 발생하는 유료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고, 국내에서 유료 서비스가 통하는 분야는 게임과 쇼핑, 그리고 교육뿐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나는 1인 기업으로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교육을 택했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썩 좋지 않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또한 Why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내가 그 일을 하는 이유(Why)의 초점은 나의 생존에 맞춰져 있었고, 그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Simon Sinek에게 혼날만한 접근을 했던 것이다 :) 

왜 그 일을 해야 할지,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생각하는 과정은 낯설었다


잠깐 퇴사와 돈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퇴사를 앞두고 2년간 1원도 벌지 못 해도 버틸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2400만 원을 준비하고 나왔다. 혼자 지내면 한 달에 100만 원이면 어찌어찌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크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 한 달에 100만 원으로 버티려면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 연애는 말할 것도 없고 친구도 거의 못 만난다. 친한 친구가 결혼이라도 하면 그 달은 더 아껴야 하니, 사람이 쪼잔해지고 치사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두 번째 이유는 더 큰 이유인데, 줄어드는 잔고에 대한 압박감이다. 잔고가 2000만 원이 깨지니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계획했던 2년은커녕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결심이 깨졌다. 결국, 퇴사하고 9개월 정도 흘렀을 무렵, 외주 작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가벼이 여겼던 고정비의 부담은 생각보다 컸다


외주는 망하는 지름길인 줄로만 알았다. 시간은 한정적이니 본 업무에 집중을 못 한다는 지적인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생각의 테두리를 넓혀주고, 일의 범위도 넓혀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입사 1, 2년 때 배우고 익힌 것들을 재활용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외주 업무를 하면서 소모되고 있다는 갈증이 많이 사라졌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일도 어떻게든 끝내야 계약이 완료되니, 끝내야만 했다.




다음 글에서는 이번 글에서 살짝 언급했던 외주 작업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일하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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