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나에게는 딱 맞는 형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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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를 시작하게 되고, 줄곧 어떤 일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고 정리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 시간만 줄여도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나름의 방안을 찾아서 적응해가고 있다.
이전 글에서 외주를 하면서 느낀 장점과 단점에 대해 언급했는데,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단점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잡아먹어 나의 본업까지 못 하게 만드니, 이 유일한 단점은 매우 치명적이다. 외주를 보통 2개 이상 동시에 진행하고, 나 스스로 해야 할 일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할지’, ‘오늘은 어떤 일을 하기에 더 적합한 환경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긴 시간을 혼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오래 걸리는 일을 한다거나, 아니면 일단 마감이 급한 일을 쳐낸다거나, 혹은 글이 잘 써질 것만 같으면 글 쓰는 일을 먼저 한다든가 등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또한,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인풋도 필요한 법. 책이나 강의를 지속적으로 접해야 한다는 마음이 항상 한 켠에 있다. 그런 것들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는 시간이 은근히 길었다.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정리하는 일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오래전부터 내가 바라는 그림은 나만의 대시보드였다. 그것만 보면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나의 현 상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예를 들면, 이번 달 나의 소득과 지출, 내가 운영하는 서비스의 주요 지표, 혹은 SNS 팔로워 수 등 자주 확인하게 되는 것들이 한눈에 보였으면 했다. 직접 만들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 미루고 있었는데, Notion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그동안 많은 할 일 관리 앱을 써봤지만, 일의 종류는 다양한 반면에 처리해야 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 오래 쓰질 못 했다. Notion의 장점은 강력한 커스터마이징 기능과 대충 써도 이쁘장한 UI, 그리고 접근성이었다. 엑셀 수준으로 자유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UI와 접근성 덕분에 Notion을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일의 종류에 맞는 할 일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코비의 긴급성-중요성 사분면은 이론적으로는 맞아도, 현실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자기의 현실에 맞는 일의 분류가 필요하다.
내가 하는 생산적인 일들은 다음과 같다.
나의 프로젝트 기획/개발
외주 프로젝트 기획/개발
브런치 매거진 글쓰기 (지금 이 매거진!)
글림공작소, 1분일본어 컨텐츠 업데이트
책 읽기
강의 듣기
이 일들의 특징을 나눠보았다. 마감 날짜의 존재 여부, 반복성, 일회성 혹은 연속성, 일과 일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등을 고려했다. 일은 3가지 타입으로 나뉘었다.
글림공작소와 1분일본어 업데이트가 이에 해당된다. 글림공작소는 나와 아내가 함께 본 영화에 대해 글과 그림을 등록하고 있는 계정이다. 내가 글을 쓰고, 아내가 그림을 그려서 4일에 한 번씩 인스타와 브런치에 등록하고 있다 (어느덧 50개 돌파! 팔로우해주세요! ^^) 1분일본어는 내가 만든 일본어 뉴스 앱으로 블로그에 매일 1개씩 컨텐츠가 등록된다.
지금 이 글처럼 비정기적으로 쓰는 브런치 글과 책 읽기, 강의 듣기 등이 해당된다. 연속성이 있다는 의미는 한 번에 끝낼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다. (책이나 강의 시리즈를 하루에 다 볼 수는 없으니) 이런 종류의 일의 문제점은,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 조차 까먹는 것이다. 분명 책 앞부분을 봤는데, 다음 날에는 또 다른 책에 기웃거리다 이내 이전에 무슨 책을 봤는지 조차 까먹는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나 같은 경우 Youtube에서 좋은 개발 강의를 찾아서 심봤다고 좋아해 놓고는 안 본다 :)
프로젝트 업무는 반복되는 일이 없다.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나가서 완성을 시켜야 하는 일이니, 수많은 할 일 목록만이 있을 뿐이다. 각각의 일들이 긴 로드맵을 구성하기 때문에, 각각의 일 사이에 순서라는 게 있다. A를 마치기 전까지 B를 할 수 없는 등.
이 일들은 2가지 특징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미리미리 세이브 원고를 만들어 둘 수 있다는 점과 일의 형태가 굳어졌기 때문에 각각의 일을 여러 단계로 쪼갤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일본어 뉴스 컨텐츠를 올릴 때 ‘뉴스 선정 → 일어 스크립트 제작 → 번역 → 업로드’ 순으로 처리한다. 그렇게 정리한 일의 현황을 아래와 같이 표시한다.
대시보드에는 테이블을 embed 시켜서 쓰고 있는데, 오늘로부터 1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표시한다. 업로드 예정일(마감 날짜)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높은 편에 속하고, 이 테이블에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을 때가 가장 후련하다 :) 1주일 동안 해야 할 일들을 다 끝내 놨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독서나 강의처럼 한 번에 끝낼 수 없는 일들이 여기에 속한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초반에 좀 끄적이다가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한참 뒤에야 ‘아, 그 책을 좀 보다 말았지. 그 강의를 좀 듣다 말았지’라는 건데,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적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좀 정리가 귀찮긴 하다.
이 관리의 주요 목적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해놓고 끝내지 않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과 ‘어떤 과정을 거쳐서 끝맺음을 냈는가’를 정리하는 것에 있다. 최근에 읽은 퇴사 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을 읽은 것을 예시로 들면, 다음과 같다. 원래 완독 한 책은 대시보드에 안 나와야 되는데, 요즘 읽고 있는 게 없어서 억지로 출연시킴 :)
이 때는 세부 일정까지 관리하는 것을 안 해서 대충 적어놨지만, 이렇게 정리할 때의 장점이 몇 가지가 있다.
날짜별로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알 수 있다.
특정 날짜별로 독서노트를 기록할 수가 있다.
책을 한동안 안 읽으면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 3일 동안 안 읽으면 ‘책 좀 읽어요!’라는 메시지가 나오게 설정이 되어 있다. 지금은 다 읽어서 ‘완독 성공!’이라고 나오고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일의 형태로, 규칙성이 없다. 급한 것도 있고, 하긴 해야 하는데 천천히 해두면 될 일도 있고, 당장 하려고 해도 컨펌 나기 전까지는 진행을 못 할 일도 있다. 그래서 일단 아래와 같이 정리해서 쓰고 있다. 대부분 외주 업무라 공개할 수가 없어서 모자이크 투성이의 이미지가 됐다 ㅠ
데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일이 많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일에는 중요 체크를 하고, 컨펌 같이 사전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은 ‘선결과제’라는 항목에 체크를 해두었다. 중요한 일이 위로, 선결과제가 남은 일은 아래로 정렬시켜 쓰고 있다. 그 외에 데드라인이 0~2일 밖에 남지 않은 일에는 ‘[긴급]’ 말머리를 달아서 쓰고 있는데, 데드라인이 큰 의미가 없는 일이 대부분이라 좀 유명무실한 기능이기도 하다. 데드라인이 급한건 여기 목록에 쓰기도 전에 끝낼 때가 많기도 하고 :)
나의 대시보드에는 이렇게 3가지 타입의 일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표시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전부 엑셀로도 할 수 있고, 사실 더 쉽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접근성 때문에 Notion을 택했다.
맥에서 화면을 2개 만들어놓고, 한쪽에는 항상 Notion을 전체 화면으로 놓고 쓰고 있다. 언제든 트랙패드를 우측으로 쓸기만 하면, 내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모바일 기기에서도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점도 좋고. (하지만, 나의 아이패드 4세대에서는 이제 Notion이 켜지지 않는다 ㅠ)
맨 위에 있는 '나만의 지표'는 앞에서 살짝 언급한 나의 현 상황을 나타내는 수치들이다. 나의 소득과 지출, SNS 팔로워 수, 내 앱의 다운로드 수나 리뷰수 등 하루에 한 번이면 족한데 쓸데없이 자주 보게 되는 그런 수치들이다. Notion에는 웹사이트 embed 기능이 있어서, 각종 수치들을 크롤링해서 한눈에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보려고 한다. 아직 하지는 않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아서. 개발 관련된 부분이라 브런치에 쓸만한 주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Notion으로 시간 관리하는 법을 공유하겠다고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적어도 나한테 만큼은 불편함 없이 쓰는 것을 소개해야 될 것 같아 조금 늦었다. 이제 이 페이지만 보면 좀 시간 여유가 있는지, 아니면 쉬지 않고 일을 빡세게 해야 할 때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할 일 관리하는 것만큼은 정답이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한테 맞는 법을 찾는 게 중요하고, Notion은 쉽게 커스텀이 가능해서 할 일 관리용으로 쓰기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랜만에 새 글을 썼습니다. 다음 글이 어떤 주제가 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만, 이번처럼 늦어지지는 않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