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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Sep 01. 2019

프리랜서로 혼자 일할 때 놓치게 되는 3가지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다음 글을 빨리 쓰겠다고 했는데 100일도 더 지났다. 처음 한 달은 글감이 안 나와 머리를 싸맸는데, 그다음부터는 바쁜 일상에 잊혀지고 말았다. 변명을 하자면... 

노션을 활용한 글을 올리고 노션 커뮤니티에 공유한 것이 도움이 되어 브런치에 올린 글 중 유일하게 공유가 많이 됐다 :)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노션 관련 글을 쭉쭉 뽑아봐야겠다 싶었지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주객전도가 된 느낌이었다. 노션으로"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노션"이라서" 더 편리한 것들은 아니었다. 협업이 아닌 개인용이라면, 사실 노션으로 가능한 모든 것은 엑셀로도 가능하다.

바로 전에 올린 대시보드만 해도 책과 강의에 대해 기록하는 기능은 번거로워서 나조차도 잘 쓰지 않는다 (책을 안 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노션으로 되긴 되는데, 편리하진 않았던 것이다. 다른 2가지 타입은 편리해서 여전히 잘 쓰고 있다. 그래서 다음 글은 무조건 노션 글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요즘 드는 생각에 대해 적기로 했다. 

이상, 늦어진 변명 끝! :)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일하는 즐거움


혼자 일한다는 것.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겠지만, 상상대로 혼자 일하면 좋은 점이 많다. 너무 졸릴 때 화장실 변기에서 졸지 않고 침대에 가서 누웠다 해도 되고, 너무 집중이 안 될 때는 카페에 나가서 해도 일을 해도 좋다. 굳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아도 되고, 반복적인 일을 하거나 오래 걸리는 일을 할 때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하기도 한다. 잔소리를 하는 상사도 없고, 무슨 말을 하긴 해야 하지만 할 말없는 점심시간 같은 것도 없다. 무엇보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겐,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여도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서 홀가분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렇게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회사가 그립지는 않지만, 그래도 회사를 다니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텐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다. 


혼자 일하면 내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점과 자기만의 방식에 고착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나는 직장 생활을 6~7년 정도 했는데,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은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간단한 내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은 웹과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는 일이 주요 업무가 됐다. 주위에서 비전공자가 개발일을 하니 신기하게 보면서 “잘하는 거냐”라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나도 내 위치를 모른다. 혼자 일해왔기 때문이다. 


내 위치는 어디일까...


또 혼자 일하다 보면 예전에 성공한 방식을 답습한다. 예전에 A 기능을 만들 때 그렇게 해서 성공을 하면, 다음에도 A랑 비슷한 기능을 만들어야 하면, 그 당시 소스를 기반으로 수정을 한다. 안전한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이 곧 생산성이니, 너무나 당연하게 그렇게 했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걸 몇 년째 반복하면 문제가 된다. 생산성이 좋은 것처럼 느껴도, 이미 세상엔 그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좋은 방법이 차고도 넘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걸 몰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에는 없는 정보가 없는데,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 모순은 왜 생길까. ‘모른다’는 것을 간단히 2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무엇을 모르는지는 알지만 모르는 것과 무엇을 모르는지 몰라서 모르는 것. 전자는 검색어로 무엇을 입력하면 답을 얻을 수 있을지, 혹은 답에 접근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반면에 후자는 검색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모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가 모르는 2가지는 모두 후자에 속한다. 이것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발자 모임에 나가면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방식보다 더 좋은 방식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전히 이 방법이 틀린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품이 많이 든다. 조직에 속해 있다면 자연스레 매일 같이 부딪히며 알아갈 수 있겠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이런 답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시간과 장소와 수준과 관심 분야가 맞는 스터디를 찾는 것도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일이고, 최소한 몇 차례 만나며 스터디를 함께 해야 답을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개발 분야 유튜브를 자세히 살펴보게 됐는데, 이곳에서 말 그대로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내가 구현하는 기능이랑 같은 기능이고, 내가 쓰는 툴과 같은 툴인데 나와는 정말 너무나 달랐다. 나는 정말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했구나, 라는 사실에 현타가 왔었다. 그동안 수많은 블로그를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영상으로 보니 느끼는 바가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요즘엔 유튜브에서 개발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 즉각적으로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더라도,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를 보다가 시야가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어렸을 때 엄~~~청나게 좋아했던 박찬호의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를 읽고 있다. 그중 요즘 내 마음과 바로 통하는 구절이 있었다.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과감히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너클볼이나 컷패스트볼 같은 다양한 구질이 계속 등장하는 것도 아마 스스로 파괴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파괴란 이전에는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시도해보는 일이다. 발견이 무엇인가. 새로움을 보는 것이다. 예전과 다른 것을 보는 일만으로도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혼자 일하는 점의 단점이 해결책을 찾았나 싶었지만, 사실 혼자 일할 때의 단점은 또 있다.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욕이 넘쳐서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고, 언제까지 다 해버릴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일이 완료되지 않는다. 매듭을 짓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기능이 작동하는 것과 사용자에게 효용을 주는 무언가가 되는 것은 완전히 천지 차이다. 마무리 작업에는 꼼꼼한 터치가 필수다. 시작부터 끝까지 잘 체크하면서 개선하는 작업에는 적잖은 압박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게 상사의 잔소리든, 타인의 시선이든, 사용자의 기대든 어떤 형태여도 좋다. 뭣도 모를 때는 그냥 막 던지는데, 조금씩 알아가면서 오히려 그 매듭짓기에 소심해진다. 이 과정을 안 하면 “내가 안 해서 그 모양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을 거쳤는데도 별로면 자신감이 더 떨어지기 때문일까. 그래서 방패막처럼 쓰려고 매듭을 안 짓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조차 들 때도 있다.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마무리 작업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 출시를 할 수 있기에. 그리고 진짜 시작은 그때부터니까.


그래서 나는 새 프로젝트에서 아내와 함께 일을 벌이기로 했다. 온오프라인 컨텐츠를 동시에 만들어내기로. 그리고 다행히(?) 이 프로젝트에는 마감이 있어서 하염없이 미룰 수도 없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더 압박을 주기 위해 약 3~4개월간의 작업을 기록하기로 했다. 




바로 다음 글은 아닐 수 있어도, 조만간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완전 초기 단계이니, 조금 자리가 잡히면 소개해보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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