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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n 10. 2019

봉준호 감독 영화라서 기대가 너무 컸나

쉰 아홉번째 영화, 옥자를 보고


그런 영화들이 참 많다. 개봉 전에는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점점 관심이 커지다가, 막상 개봉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싹 식어버리는 영화들. 옥자도 내게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이번에 기생충을 너무 좋게 보면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또 보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 영화는 좋게 봤거나 아주 좋게 본 영화로 나뉜다. 기생충, 살인의 추억, 마더가 아주 좋게 본 영화였고, 괴물과 설국열차가 좋게 본 영화였다. 아무래도 옥자는 그저 그랬던 영화의 첫 번째가 될 것 같다. 


초반 5분은 정말 좋았다.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턴)의 취임사는 시각적으로도 화려했고, 앞으로의 영화 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문제는 그다음 30분이었다. 옥자와 미자(안서현)가 뛰노는 장면이나, 옥자가 떠나는 장면이 너무 지루하게 그려졌다. 계속 “옥자야!”만 외치며, 막무가내로 구는 산골소녀의 모습도 필요 이상으로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상징적인 의미로 넣은 장면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왜 이런 장면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특히, 낸시 미란도의 등장과 그와 관련된 떡밥(?) 같은 것들이 그랬다. 


영화 전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 하는 장면들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좋아하는 배우들이 엄청 나오는데, 영화는 "옥자야!"만 외치며 뛰어다니는 것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즘 최애 남자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  ‘브레이킹 배드’의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데어 윌 비 블러드’의 폴 다노 등이 나오는데, 이 정도의 활약만 하고 끝나버린다니.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이 크긴 하지만, 좋았던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랙 코미디답게 곳곳에 풍자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자가 뉴욕으로 출국하게 되자 대한민국 양돈업의 쾌거라며 듣도 보도 못한 아저씨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장면, 옥자가 지하도에 난입했을 때 인증샷에 목숨 거는 애들, 이 모든 소동을 머쓱하게 만든 마지막의 쿨 거래 등이 그렇다. 나중에 검색하다 알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보는 장면을 빗대어 만든 미란다 기업의 대책 회의 장면도 재미있다.  


영화 메시지는 직접적이라서 더 찝찝하다. 기생충에서는 ‘냄새’, ‘지하철’이라는 단어에서 뜨끔하게 되는 정도지만, 옥자에서는 ‘돼지고기 먹는 사람’이 타겟으로 딱 정해져 있어서 빼도 박도 못 한다. 물론, 돼지고기 먹는 사람이 타겟이 아니라 생산량만을 목적으로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돼지를 사육하고 도축하는 공장식 시스템을 겨냥한 것이지만, 고기를 먹는 내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영화는 공장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이상으로, 반려동물의 식용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도 보인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강아지는 반려동물이고, 돼지는 식용동물이다. 강아지를 먹는다면, 혹은 돼지를 가정집에서 키우고 같이 산책 다닌다면 일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 영화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슈퍼돼지 옥자를 내세웠다. 기업 입장에서는 식용이고, 미자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이고, 일반인 입장에서는 괴물(?)이다. 이름이 슈퍼 돼지라니까 돼지로 보이지, 사람보다도 훨씬 크니 괴물이 따로 없다. 기존에 없던 동물이라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듯 영화는 메시지도 직접적이고, 생각해볼 여지도 많이 준다. 조금만 덜 지루했으면, 조금만 더 미자라는 캐릭터에 감정 이입할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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