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번째 영화, 알라딘을 보고
쉰 아홉번째 영화, 옥자를 보고
원작 애니메이션은 무려 30년 가까이 된 영화이지만,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접한 것은 5년 정도 전이었다. 지니의 성우를 맡은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나, 그를 기리는 “Genie, you’re free.” 트윗이 마음을 울릴 때였다.
원작을 불과 5년 전에 봤기에, 실사 영화 알라딘은 관심 밖이었다. 개봉 한참 전, 그저 몸을 파랗게 칠하기만 한 윌 스미스가 나오는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이 영화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윌 스미스의 분장이 어렸을 때 짤로만 봤던 피구왕 통키 실사판 수준과 다르지 않아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러나 망작이라 생각했던 그 영화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고, 날이 갈수록 반응이 더 커져갔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미녀와 야수보다 더 잘 나왔다”는 댓글 하나에 마음이 움직였다.
아무런 정보도 기대도 없이 갔기에, 좋았던 점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특히, A Whole New World가 나오는 부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다. 집에 와서 애니메이션 버전도 다시 봤지만, 이번 영화의 표현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30년 간의 기술력 차이가 가장 크겠지만, 그다음의 이유를 찾자면 자스민 역을 맡은 나오미 스콧 때문일 것 같다. 영화 초반에는 왜들 그렇게 자스민 공주에 열광할까 싶었는데, 이 부분부터 완전히 빠져들었다. 음색도 정말 좋고, 노래부를 때의 표정이 특히 좋다. 영화가 끝난 후 여러 버전의 OST를 들어봤지만, 계속해서 이 곡을 찾아 듣게 된다. 이 짧은 글에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썼는지 모르겠는데, 그 정도로 ‘좋다’ :)
그리고 애니메이션에는 없었던 오리지널 곡인 Speechless 파트도 인상적이었다. 이 노래는 곡도 좋았지만, 말 그대로 ‘열연’하는 자스민 공주가 기억에 남는다. 온갖 감정이 서려있는 폭발 직전의 표정. 표정만 놓고 보면 오버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노래와 함께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수동적인 공주에서 능동적인 술탄으로 변화하는, 일종의 각성과도 같은 장면이니 그렇게 강렬하게 그려질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A Whole New World가 나오는 부분부터 자스민 공주에 빠져들어 봤기 때문에, 다른 배역은 사실 눈에 잘 안 들어왔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는 윌스미스에 대해 말하자면, 윌스미스가 연기한 지니는 특유의 능청스러움 덕분에 마치 원래부터 지니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예고편에 나왔던 문제의 지니 씬 뒤에는 어마어마한 CG가 있었고, 그 덕분에 염려했던 문제는 싹 사라졌다. 본편의 매력을 하나도 담지 못 한 티저 예고편 만든 사람은 진짜 퇴사해야 한다 :)
나는 기본적으로 실사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디즈니만큼은 예외다. 내가 더 부끄러워지는 코스프레 같은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상상 이상의 재현으로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는 작품들도 나오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기억에 남는 실사 영화들은 항상 디즈니가 만든다. 영화 산업의 공룡이라 너무 독식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한편에 들지만, 그래도 퀄리티가 너무 좋으니 이 공룡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담이지만, 디즈니가 스타트를 끊은 이 실사화 열풍에 드림웍스도 가담하면 어떨까. 알라딘의 양탄자 씬을 보고 나니, 드래곤 길들이기의 비행 장면도 실사로 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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