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림공작소 Jun 18. 2019

학습만화와 개그만화 사이 그 어딘가

예순한 번째 영화 아닌 애니메이션, 일하는 세포를 보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무대로 한 작품들이 있다. 토이 스토리, 주먹왕 랄프, 인사이드 아웃 등. 장난감, 게임 캐릭터 혹은 감정을 나타내는 가상의 캐릭터 기쁨, 슬픔 등과 달리 일하는 세포의 세포들은 사람의 형태로 등장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주 봤을 법한 스타일의 캐릭터들이 몸속의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으로 나오니, 그 느낌이 색다르다. ‘일본은 하다 하다 이런 것까지 캐릭터화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 


그리고 표현 방식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을 법한 장면으로 나온다. 애니메이션의 모든 내용은 인간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지만, 표현 방식은 마치 에반게리온 같은 SF 애니메이션과 닮았다. 세균이 침입하면 갑자기 경보가 울리며 침입을 알리고, 안경 쓴 지시관이 출동 지시를 내리고, 전투씬이 이어진다. 굉장히 익숙한 방식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을 다룬다. 


사람의 몸을 그린 방식 또한 그렇다. 몸속에는 일반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로와 건물이 있고, 상황을 알리는 대형 TV로 몸속의 이상현상을 알린다. 피가 흐르는 길은 지하철 개찰구처럼 표현하고, 적혈구가 산소를 세포까지 운반하는 모습을 택배 배달처럼 그렸다. 몸속의 복잡한 구조를 인간 사회에 빗대어 표현한 것은 정말이지 굉장히 탁월하다. 물론, 의학적으로 말이 된다는 전제 하에 그런데, 실제로 의사의 검수도 붙어 있어 믿을 만하다는 평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표현력에 비해 재미가 부족하다. 초반에는 표현력에 감탄해서 다음 편을 찾게 되는데, 학습만화의 성격이 짙어서 흡입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군다나 거의 모든 스토리가 20분 안에 끝이 나버리기 때문에, 다음 편을 바로 찾을 이유가 없다.


그래도 마지막 12, 13화는 재미있게 봤다. 1개의 에피소드를 2화에 걸쳐서 전개된 점, 가장 큰 비상사태가 일어났다는 점 (보통 찰과상이나 알레르기 등을 다루는 반면, 이번 에피소드는 출혈성 쇼크를 그림), 그리고 의학적인 내용과 캐릭터 간의 관계를 잘 녹여냈다. 



이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 스타일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병에 걸리거나 상처가 생겨서 극복하는 내용이 메인이고, 의학적 지식을 내부 설정에 맞게 잘 풀어내는 부분이 빛난다. 반면, 세포 캐릭터에만 집중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의학적인 내용과는 무관하게 림프구계 면역세포의 어린 시절이라든가, 중학교 졸업앨범을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는 내용 등은 좀 너무 갔다는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개그도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12, 13화는 이 2가지 스타일이 잘 섞여서, 학습만화와 개그만화 둘의 균형을 잘 맞추었다.


2기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그때는 꼭 12, 13화 같은 텐션을 유지해주길 바란다. 1주일에 1개씩 본방 보듯 본다면 어떤 스타일이든 무방한데, 요즘 같이 몰아보는 시청 방식에는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심어 놓고 끝내야 되지 않을까.



배경화면 다운로드 받기

아이폰 X (1125 x 2436), 16:9 고화질 (1080 x 1920) 이미지를 받으실 수 있어요. 



다른 매거진의 최신 글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의 명작, 명곡의 재탄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