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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n 06. 2019

이정재의 재발견

쉰 여덟번째 영화, 신세계를 보고

이 영화가 개봉한 지 벌써 6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이 회자된다. ‘죽기 딱 좋은 날씨네’, ‘살려는 드릴게’ 같은 대사는 물론, 엘리베이터 씬이나 ‘여어~부라더!’로 시작하는 황정민 등장 씬도 자주 거론된다. 언더커버를 소재로 했기에 무간도와의 비교는 피할 수가 없지만, 신세계는 신세계대로 독창적인 영역을 충분히 많이 갖고 있다고 본다. 누가 더 우월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무간도나 리메이크작인 디파티드나 모두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다.


신세계가 이렇게까지 아직도 거론되고, 아직도 프리퀄이 나와주길 바라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이 영화가 정말 잘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스토리, 연출, 연기, 그리고 음악까지 정말 부족한 점이 하나도 없다. 케이블 채널을 돌릴 때마다 방영 중이면 끝까지 보게 되는 데다, 볼 때마다 마음 졸이며 보게 된다.



6년이나 지난 영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안 본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의 영화를 두고 새삼스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박성웅을 발견한 영화로 기억되지만, 사실 난 이 영화가 이정재를 발견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정재를 보면 한국의 매튜 맥커너히를 보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찍던 그가 어느 때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머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인터스텔라’ 등. 이정재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정재는 모래시계의 말 없는 수행비서로 얼굴을 알리고, 그 이후에는 잘생긴 외모로 멜로를 주로 많이 했었다. 시월애, 선물, 오버 더 레인보우처럼 좋게 본 영화도 있었지만, 이정재보다는 여배우가 더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상대역이 전지현, 이영애, 장진영이니… :) 


물론, 이 영화 바로 직전에 도둑들을 찍긴 했지만, 나는 신세계 전과 후로 필모그래피가 나뉜다고 생각한다. 신세계 이후에 찍은 영화가 관상과 암살이고, “내 얼굴이 왕이 될 상인가”, “내 몸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있습니다” 같이 누구나 아는 그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신세계에서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다시 보면 이정재의 섬세한 내면 연기가 눈에 띈다. 특히, 정청(황정민)이 내부에 경찰의 스파이가 있다며 증거자료를 내밀었을 때가 압권이다. 창백해진 얼굴로 땀을 닦는 모습에, 내용을 아는 상태로 다시 봐도 긴장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판을 새로 짜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지만, 꽤 많은 장면에서 암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표정 하나하나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보일 정도로 표정 연기가 세밀하다.


오랜만에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다. 3부작이다, 속편은 프리퀄이다… 등 무간도와 같은 기획이라는 뉘앙스를 많이 풍겼는데, 결국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쉽사리 나올 것 같지 않아 참 아쉽다. 프리퀄을 그리려면 배우들 나이가 있으니 결국 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수밖에 없을 텐데, 그건 또 그거대로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말 그대로 해도 아쉽고 안 해도 아쉬운 상황.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결국 그 짤막한 1분이 끝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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