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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n 26. 2019

이런 속편이라면 5편도 환영

예순세 번째 영화, 토이 스토리 4를 보고


좋아하는 시리즈인데도 속편 소식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니. 굉장히 역설적인 소리로 들리지만 나에겐 토이 스토리 4 개봉 소식이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토이 스토리 3의 엔딩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가장 깔끔한 3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시리즈의 명성에 혹여나 먹칠을 하지 않을까 우려가 됐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더 만들면 억지스럽지 않을까,라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걱정을 했지만, 막상 개봉한 이후에 평점 사이트에는 기우였다며, 픽사를 의심해서 미안하다며 찬사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또한 기우였다는 말을 쓰게 될 것 같다. 광고 문구처럼 토이 스토리 3보다 완벽한 마무리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래도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는 속편이 나왔다. 



이어지는 내용에는 스포가 있습니다. 


1~3편을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 세세한 이야기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4편은 기존의 시리즈와 다소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우디의 오랜 친구 앤디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이번에는 장난감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 같았다. 자신의 본분이라 생각했던 일과 마음의 소리가 시키는 일 사이에서의 갈등, 오래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와의 재회가 특히 그랬다. 그리고 원래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장난감이 움직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흉내 같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많이 나왔다. 


이전에도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난감들이었지만, 4편은 유독 그런 느낌이 더 컸다. 장난감들은 주인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사명감보다는 자신을 위한 길을 택했다. 선택의 갈림길마다 버튼을 눌러서 나오는 말을 따르던 버즈처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는 정말 좋았다.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나 자신의 인생을 살라는 메시지는 요즘 이야기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 같지만, 그게 촌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았다.


토이 스토리에서는 인간들의 시야 범위 안에서는 장난감들이 움직이지 않아 버리는데, 그런 장면에서 조차 감정이 잘 드러나서 감탄한 장면이 몇몇 있었다. 개비개비가 버려졌을 때 바구니 위에서 개비개비를 바라보는 장면, 마지막에 우디와 보핍이 관람차를 배경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장면, 우디와 보핍이 한 아이에 손에 잡힌 상태로 재회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재회 장면은 그냥 장난감끼리의 만남이라기에는 감정이 너무 잘 드러나서 놀랐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잠시 참고 있는 그런 듯한 느낌.


그리고 이번 편이 유독 웃겼던 장면들이 많은 것 같다. 3편까지는 집에서 보고 4편은 극장에서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보핍의 양 인형은 보는 내내 귀여웠고 (예전에도 나왔던 인형이라던데, 난 왜 이 인형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지옥의 솜 인형 작전은 나올 때마다 빵 터졌다 :) 


더 이상 장난감과 주인과의 교류를 그리지 않기에, 그리고 장난감은 늙지 않기에 5편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것처럼 앤디가 우디의 아이 손으로 넘어가게 되는 장면도 따뜻할 것 같고, 아예 주인 없는 장난감의 삶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보핍이 그동안 어떤 생활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우디의 그런 모습도 기대해볼 만하겠다. 여하튼, 이번 일로 픽사 걱정이랑 마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다시 증명했으니 그저 기다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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