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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l 04. 2019

과하지만 여전히 멋있는 액션

예순다섯 번째 영화, 존 윅 3 : 파라벨룸을 보고

한 평론가의 말처럼 존 윅은 액션 ‘영화’라기보다 ‘액션’영화다. 멋들어진 액션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되는데도 질리지가 않는다. 심지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더 좋아진다. 트랜스포머 1에 열광했었지만, 그 이후 반복되는 끝도 없는 싸움과 변신에 흥미를 잃은 것과 대조된다. 10만 명에 불과한 1편의 관객수와 지금의 흥행 성적을 비교해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100만 명은 우습게 넘길 줄 알았는데, 스파이더맨 광풍에 힘을 못 쓰는 듯해서 아쉽다. 


미국은 총 없었으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총기 액션은 흔하디 흔한 소재다. 그런데 존 윅은 남다르다. 총을 쏘는 스타일에서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서는 적당히 쏘거나 난사를 해도 적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데, 존 윅은 한 발 한 발을 아껴서 쏘되 제대로 쏜다.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한 총기의 탄창 개수에 맞춰 총을 쏘는 횟수까지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하니, 그런 점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1인칭 FPS보다는 3인칭 시점의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 콘솔 게임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아는 언챠티드나 바이오 하자드, 데빌 메이 크라이, 사이폰 필터 같은 게임을 해보면 개싸움이 아닌 딱 한 발에 한 명씩 해치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데, 존 윅에서 그 욕구를 대리 만족시켜 준다. 무차별 난사가 아닌 정확히 조준해서 쏘고, 접근전에서는 넘어뜨린 뒤 정확히 머리에만 쏜다. 현실이라면 굉장히 잔인하고 냉혹한 킬러지만, 영화에서는 그게 미학이다.


또 게임이나 만화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룰을 매우 엄수한다는 점이다.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설정인데, 영화에서는 굉장히 철저하게 지켜지기 때문에, 그 룰에 따라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이제 설정들이 서로 꼬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그렇게 꼬투리 잡으면서 보는 편은 아니라 아직은 괜찮은데, 너무 무리수만 안 두면 좋겠다. 예를 들어, 배후세력의 끝판왕이 존 윅의 아버지라든가. 미드를 보다 보면 이런 설정이 너무 자주 나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그러지만 않길 바라고 있다 :) 여하튼,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설정은 살인이 금지되어 있는 콘티넨탈 호텔이라는 중립지의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무대로 한 미드가 나온다는 소식이 있어 기대 중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바로 총이 아닌 칼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 이번에는 사무라이의 등장으로 일본식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키아누 리브스가 칼보다는 총이 훨씬 잘 어울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칼의 비중은 높아지는데, 액션은 오히려 초반만 못 해서 아쉬웠다. 게다가 총보다 훨씬 잔인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다음에는 칼보다 총을 좀 더 많이 다뤄줬음 하는 바람이다. 액션 묘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지만, 정작 잔인한 것은 잘 못 보는 편이라서, 영화가 끝났을 무렵에는 너무 힘주고 본 탓에 어깨가 뻐근할 정도였다 :)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존 윅은 요즘 챙겨보는 시리즈물에서 뒷 이야기가 가장 기대되는 시리즈다. 사실, 존 윅이 다 죽일 것 같아서 이런 뻔한 이야기는 뒤가 안 궁금해야 정상일 것 같은데, 의외로 굉장히 이야기를 잘 끊는다. 2편에서는 1:N 전쟁의 판을 깔아놓고 끝냈고, 이번에는 존 윅을 열 받게 해 놓고 끝냈다. 지금 이 모든 사단이 개와 차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이제는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 2년을 어떻게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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