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일곱 번째 영화, 인크레더블 2를 보고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인 인크레더블. 요즘은 너무 흔한 히어로물이지만, 15년 전에는 신선했다. 나는 히어로물의 매력이 그들이 정의감을 갖고 싸워서도 아니고, 쫄쫄이나 슈트 같은 복장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그들의 특별한 능력을 살린 액션신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아이언맨 3에서 토니 스타크의 집이 폭파될 때 슈트가 날아와 페퍼를 보호하는 장면이나, 스파이더맨이 거미줄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싸우는 장면 (특히,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2 액션씬은 정말 명장면 ㅠ),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의 토르 등장 씬 같은 것 때문에 본다. 캐릭터의 설정을 십분 활용하여 매력을 극대화한 이런 장면들이 히어로물의 백미다.
인크레더블에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무려 6명이나 나온다. 인크레더블 가족과 나의 최애 캐릭터인 프로존까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싸우는 액션신이 한 번 이상은 나와주고, 단순히 무력이나 물량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능력이 정말 기발하게 쓰여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벤져스 부럽지 않은 조합이다.
그리고 14년 만에 속편이 나왔다. 토이스토리 2, 몬스터 대학교, 도리를 찾아서 등 픽사의 속편들은 1편만큼 만족스러운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속편은 꽤나 재미있게 봤었다. (물론, 토이스토리 3, 4는 예외. 어디까지나 2편끼리의 비교다) 극장에서도 만족스러웠고,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살짝살짝 보는데도 한 번 켜면 멍~하니 계속 보게 된다 :)
이번 2편의 특징은 꽤나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주인공이 사실상 엘라스티걸이라는 점이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경향에 따라, 이번에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아닌 엘라스티걸이 나섰다. 늘어나는 몸을 활용한 덕분에 강력한 파워를 무기로 한 미스터 인크레더블보다 독창적인 액션 시퀀스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초반부의 열차 추격씬은 정말 대단했다.
대신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역할이 집안일의 대단함을 어필하는데 그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주인공인데 갑자기 비중이 너무 작아진 느낌. 아니면 차라리 가족마다 돌아가면서 주인공으로 나서면 어떨까 :) 개인적으로 가족은 아니지만 프로존의 액션이 가장 멋져서 좀 더 비중이 늘어났으면 좋겠고, 대쉬가 달릴 때의 카메라 워킹이 좋아서 대쉬의 비중이 부쩍 늘어난 버전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속편이 계속 나와주길 바랄 정도로, 이 시리즈는 매력이 차고도 넘친다. 아직은 3편 소식이 없지만, 14년까지는 안 걸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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