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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ug 19. 2019

코미디를 바란다면 글쎄

일흔여섯 번째 영화, 엑시트를 보고


이 영화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솔직히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신인 감독, 연기는 잘 하지만 단독 주연은 물음표인 조정석,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딱지를 달고 다니는 임윤아, 그다지 기대감이 안 생기는 포스터 등.. 열거하자면 꽤나 많다. 그런데 연일 기대된다는 기사와 1000만을 바라보는 올여름 유일의 영화라는 기사가 계속 쏟아져서, 역대급으로 언플이 쩌는 영화라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진짜 1000만 바라보게 생겼다. 영화 평점도 좋은 편이고 주변 친구들도 재밌다며 추천을 해서 약 한 달 만에 극장에 다녀왔다. 


영화 초반에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쌈마이 한국영화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다 갖고 있었다. 밑도 끝도 없이 욕하고 때리고 소리 지르고 울부짖고… 과장된 장면들이 너무나 많아서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초반의 용남(조정석)과 누나(김지영)가 다투는 장면, 칠순 잔치의 너무나 오버스러운 장면 등 용남의 가족들이 약 10명은 나오는 것 같은데 이들의 모든 대사와 행동이 전부 과하다. 심지어 연기대상 3관왕의 연기의 신(神)인 고두심에게 100분 동안 “용남아!”만 외치게 만든 것은 명백한 재능 낭비로, 감독의 잘못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또한, 개인적으로 2019년도 올해 최악의 장면이 나왔다. 용남의 조카가 “삼촌! 올라가!!”라고 외치는 장면은 클레멘타인의 오마주(?), 패러디(?)라는 것 같은데, 이건 그냥 딱 그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연기를 하다가 그 부분만 일부러 어색하게 연기하면 패러디나 오마주라고 덮을 수 있겠지만, 시종일관 그런 연기를 했다. 보면서 “ㅋㅋ 패러디 제대로 했네”라는 생각보다 “어휴.. 클레멘타인이네” 하면서 한숨을 쉬었으니…


이 영화는 조정석과 임윤아가 멱살 잡고 끌고 간 영화다. 이 영화는 초반 30~40분 정도만 잘 버티면 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때부터 가족들이 퇴장하고 이 둘만 남기 때문이다. 그다음부터는 이 영화의 장점이 빛난다. 둘의 케미도 좋고 짝사랑했던 후배와 재회한 장면에서 조정석의 찌질함이 빛을 발한다. 약간 야나두 CF처럼 찍은 장면인데 거의 유일하게 웃은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제인 도심 속 재난은 잘 살린 느낌이다. 도심 속 재난을 그린 영화가 흔치 않은 점과 유독 가스를 피해 위로, 더 위로 달아난다는 설정도 신선했다. 유독 가스가 천천히 올라오며 스멀스멀 포위망을 좁혀와서 긴장감도 생겼다. 그래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벌써 끝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물론, 영화가 짧은 것도 한몫을 한다:) 


이 영화가 코미디로 마케팅이 되고 있는데, 그냥 재난 영화로 보면 괜찮다. 코미디는 정말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가야 한다. 관련 기사의 댓글마다 “따따따 따따”가 나오는데, 이 장면 또한 오버스럽다. 신선하고 깔끔한 재난 영화가 보고 싶다면 권할 만 하지만, 웃고 싶어서 극장을 찾는다면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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