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네 번째 영화, 주토피아를 보고
주토피아는 익숙하다. 동물 캐릭터, 주위의 편견을 깨고 성장하는 이야기, 그리고 메시지가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난 주제곡 Try Everything까지. 굉장히 디즈니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한데, 비슷한 포맷이 반복된다는 느낌은 없었다. 게다가 동물들이 등장하는 동물 사회의 이야기인데도, 신기하게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인간 사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설정 때문일 것이다. 주먹왕 랄프에 등장한 게임 속 세상이나 인터넷 속 세상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동물들의 세상을 그렸다. 뉴욕 같은 대도시로 그려진 주토피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뉴욕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듯이. 그 안에서 이민자로서 차별받는 이야기와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 마을에서 촉망받는 인재였지만 대도시에서는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서 좌절하기도 하는 모습 등이 낯설지 않다.
그런 설정들로 영화 초반부터 사로잡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특히 주디가 닉을 추격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추격 중 마우스 타운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에 그려진 장면들은, 컷 하나하나가 기발하다. 도대체 이런 장면들은 어떻게 생각해내고 그려낼 수 있는 건지 신기할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나무늘보다. 알고 봐도 빵 터지는 캐릭터 :)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은 플래시인 나무늘보는 주디와 닉 이상으로 존재감이 크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무늘보 장면만 몇 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웃게 된다. 디즈니 역사상 코믹 캐릭터로는 이만한 캐릭터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속편에서는 비중 좀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주제곡 Try Everything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메시지도 음악도 너무 좋다. Let it go 같은 초대형 히트곡보다 더 좋아하는 곡인데, 생각보다 인기가 많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메시지가 굉장히 직설적이라 모국어로 들었다면 좀 간지러울 수도 있겠는데, 외국어라서 한 번 걸러지기 때문인지 그런 느낌도 없고 좋다 :)
I wanna try everything.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볼 거야)
I wanna try even though I could fail.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해볼래)
원래 이 글은 (인스타그램에) 8일에 올리려고 했었던 글이었는데, 9일이 됐고 다시 12시가 넘어 10일이 됐다. 급하게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오래전에 예매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에 다녀오고 나니 시간이 이렇게 됐다. 즉, 나는 지금 디즈니 뽕에 취한 상태다.
말 그대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썼고, 주토피아 또한 제2의 르네상스를 열어가고 있는 디즈니의 대표작 중 하나다. 2000년대 영화와 2010년대 영화는 무게감이 정말 다른데, 특히 주먹왕 랄프와 겨울왕국에 이어 주토피아로 이어지는 2010년대 중반은 파괴력이 상당하다. 전부 다 속편이 나왔고, 곧 개봉하거나, 나올 예정이다. 특히, 주토피아는 3편까지 잡혀있다고 한다. 일단 2편부터 일정이 빨리 잡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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