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세 번째 영화, 나를 찾아줘를 보고
아내와 넷플릭스에서 뭐 볼까 기웃거리다, 나는 봤지만 아내가 아직 안 본 영화가 보이면 “저거 재밌어”, “난 또 봐도 좋으니까 나중에 같이 보자”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재미는 있는데 같이 보기엔 좀 거시기한 영화들도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특히, 이제 막 같이 시작하는 커플이 보면 어색해지기 딱 좋은 영화다.
** 스포가 가득합니다 **
믿고 보는 감독 데이빗 핀처의 최신작(?) ‘나를 찾아줘’. 한 줄 요약을 하면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향한 아내의 복수인데, 그 방법이 굉장히 치밀하고 대범하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남편을 범인으로 몰아 처벌을 받게 하려는 복수극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과 150분이라는 긴 시간을 지배하는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내 기억 속에는 이 영화가 단순 치정극이 아니라, 역대급 스릴러로 남아있었다.
이 영화의 시작을 여는 닉 (벤 에플렉)이 속으로 되뇌는 말부터 심상치 않다.
“그 예쁜 두개골을 박살 내고 뇌를 꺼내서 대답을 찾는 상상을 하지. 부부간의 기본적인 궁금증들, ‘무슨 생각해?’, ‘기분 좀 어때?’, ‘우리가 왜 이렇게 됐지?’”
분명히 사랑스러운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인데, 대사는 섬뜩하다. 도통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말을 뒤로하고, 아내가 사라진 “그 날”이 시작된다. 또한, 마지막에도 같은 장면과 대사가 반복되는데 이번에는 그 뜻이 확연하게 전달된다. 앞으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진짜 공포가 남아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남긴 채.
그래서 영화가 끝나도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닉도 원인 제공을 했으나, 대담한 복수와 살인까지 저지른 에이미가 벌을 받는 장면은 커녕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돌아왔다. 모든 것이 에이미의 계획대로 끝나고, 앞으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감만 남겨놔서 영 개운치가 않다.
이 영화에서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역할은 에이미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가 4년 정도 전인 것 같은데, 그 때나 지금이나 로자먼드 파이크를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이 배우가, 아니 이 여자가 무섭다 :) 마치 실제로 저럴 것만 같아서. 굉장히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에서의 모습은 연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말 인상적이었다.
글 앞에서 커플이 보기에 안 좋은 영화라고 했는데, 에이미의 후반부 대사에 담긴 결혼에 대한 씁쓸한 정의 때문이다. 에이미가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정의이기 때문에 정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대사가 명대사로 오르내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공감 가는 내용일 수도 있기에, 시작하는 커플이 보면 어색해질 수도 있겠다.
닉 : 우리가 지금껏 했던 것이라고는 서로에게 분노하고, 서로를 조종하려 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었던 것이 전부잖아!?
에이미 : 그게 결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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