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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l 28. 2019

소년탐정 김전일을 미국 영화로 만든다면

일흔한 번째 영화, 머더 미스터리를 보고


영화 성공률이 가장 낮은 장르는 코미디다. 다른 장르는 남들이 재밌다는 영화를 보면 크게 실패할 확률이 낮은데, 코미디는 그게 아니다. 코드가 안 맞으면 아무리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재미가 없다. 올해 초대박을 쳤던 극한직업, 주성치 영화의 대표작인 쿵푸 허슬, 짐 캐리의 초기작 등 상당히 많이 추천 받는 코미디 영화이지만 특별히 재미있게 본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코미디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은데, 며칠 전이 딱 그랬다. 얼마 전부터 넷플릭스에서 끊임없이 대문짝만 하게 걸어놔서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는 머더 미스터리가 자꾸 끌렸다. 3일 만에 3000만 명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록을 세웠다니, 코미디는 통계가 먹히지 않는 장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속는 셈 치고 봤다.


영화는 코미디와 추리를 반반 섞어놨다. 처음으로 떠난 부부의 유럽 여행에서 한 남자의 초대로 초호화 배에 타게 되고, 그 배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희생자가 생기게 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죽어서야 범인이 밝혀진다. 살인자의 나름대로의 사연도 나오면서. 이렇게만 들으면 어디서 많이 본 포맷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 정말 똑같은 포맷이다.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김전일은 우연히 어떤 모임에 초대를 받고,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살인 사건은 항상 밀실에서 발생하고, 범인은 항상 그 안에 있다. 가해자 및 피해자와 사연이 없는 사람은 김전일과 여친 미유키 뿐. 보면서 내내 김전일이 생각나서, 마치 김전일의 실사화를 보는 것 같았다. 추리보다는 코믹의 비중이 좀 더 높은 버전의 김전일이었다.


코미디는 미국식 개그 일변도인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영 좋아하지 않는데, 대부분이 말로 하는 개그라서 중간중간 웃긴 포인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도 극한직업처럼 타율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웃긴 부분들이 있었던 것은 웃기려는 시도가 너무 많았기 때문 :) 우리에겐 이 영화의 웃긴 포인트가 딴 곳에 있었다. 요즘 유럽병이 걸린 상태라서 “조만간 유럽 가자”는 말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있는데, 극 중 남편이 신혼 때 그런 말을 하고선 15년 동안 미루고 있는 장면에서 아내와 나는 둘 다 터졌다. “우리 미래가 저기 있네” 하면서…


이 영화의 8할은 배우가 차지하고 있어서,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아담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 익숙한 얼굴들이지만 따져보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셈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아담 샌들러의 영화는 2007년작 ‘레인 오버 미’였고, 제니퍼 애니스톤의 영화는 2011년작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였으니 약 10년 만에 보는 셈이다. 오랜만에 봤지만, 둘 다 코미디 장르에 특화된 배우들이라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았다. 반복되는 뻔한 연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랜만에 봐서 식상함보다는 반가움이 더 컸다. 프렌즈의 레이첼이 50살이 됐다는 것에 좀 놀라긴 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인 만큼,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추천작은 아니다. 그래도 배우에 대한 향수나 멋진 유럽 풍경, 가벼운 개그와 추리, 100분이 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등으로 편하게 보기에는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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