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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Sep 29. 2019

메이커,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었다

호기심!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어떻게 불 붙일 것인가?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군요.

온통 만지고 실험하고, 어른아이할 것 없이 호기심천국을 말 그대로 실현해 볼 수 있는 곳. 그 곳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Exploratorium 입니다. 샌프란을 방문할 분들, 일정 잡는거는 걱정 없습니다. 이 곳에서 이틀 정도는 재미나게 놀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샌프란시스코과학체험관의 입구 방향에 위치한 이 곳에서는 체험관의 과학 기구들이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수리를 하기 위해 이렇게 어마 어마한 규모로 많은 전문가들이 상주한다고 했습니다. 체험관이기에 방문객들이 마음껏 실험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언제든지 고장이 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기에 자신들이 늘 미리 미리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과학기구들이 예측한 대로 착오 없이 작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과학체험관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전 이 말에 감동을 받았는지.... 가슴이 뭉클했었답니다. 


"전시회를 개발하는 곳"
"전시회를 창조해 내는 과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도 보고,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는지도 보셔요"라는 안내문이 다양한 언어로 적혀 있었습니다. 울랄라~~ 창작의 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제가 입구에서 이 곳 저곳을 감탄하면서 보고 있자.... 이 작업실의 총책임자인 분이 저에게 말을 걸어 오셨어요. 그 분의 친절한 얼굴이 기억이 납니다.
"들어와서 돌아 볼래요?"
"앗, 정말입니까? 그래도 되나요?"
전 중딩이와 이 멋진 곳을 다 돌아 보고, 작업 중인 분들도 한 분씩 다 만날 수 있었어요. 작업하느라 바쁠텐데도 그 분들은 일일이 저에게 인사를 건네 주시고, 작업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어요. 저기 뒤에 각 연구 공간이 무척 컸습니다. 아, 큰 개도 함께 있었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웠는지.... 중딩이에게 이런 분들을 보여 줄 수 있어서 샌프란에서의 시간이 더욱 뜻깊었어요.


중딩이는 물을 만난 물고기 마냥 파닥거리며 기계에서 기계로 뛰어 다녔습니다. 하나 하나 실험 다 해보고..... 신나게 이 모습들을 사진찍고.... 지금은 빛을 이용해서 뭐하는 모양인데 중딩이,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남겨 보았답니다. 녀석이 워낙 몰입을 하고 노는지라 전 그냥 웃음만 머금고 묻지 않고 따라 다녔어요. 이렇게 과학 놀이를 하면서 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어찌나 좋던지.... 


진짜 식물들을, 진짜 나무들을 그대로 옮겨 두고 과학적 관찰을 오감으로 하게 하는 곳
건강에 좋은 식물들을 소개하는 식물학, 생물학 코너에서 오감을 써서 과학 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은 설명이 무척이나 잘 되어 있고, 전시가 누구든지 재미를 느끼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기장? 전기장? 뭐 이런거라는데, 길게 물어 보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궁금증을 채워주기 보다는 이 아까운 시간에 더 중요한건 중딩이가 꼼짝 않고 저 의자에서 이 실험을 계속하면서 뭔가를 파악해 가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저런걸 다 읽었는지, 우리와는 전혀 다른 DNA를 가졌음에 틀림없다는 생각 뿐... 저는 설명문을 읽어도 .... 흠.... 그닥 다가오지 않는데, 중딩이는 "오우~~와우~~~~캬..." 난리네요. Science Museum에 가면 부모가 할 일은 느긋하게 거닐면서 사진 찍고, 이야기 들어 주는 역할 뿐~~ 


팅커링!!! 메이커가 되기 전 단계의 작업들로 "실패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공간. 
이번 가족 여행의 테마가 메이커였는데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하는 팅커링이란 소중한 시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놀이를 하듯이, 될 때까지 해 보고, 실패하고(진정 실패라 부를 수 있나?), 다시 해 보고, 또 해 보고. 팅커링이란 단어가 부담이 없고, 친근하고, 가벼워서 호기심을 솔솔 자극했습니다. 


과학갤러리라고 작은 공간이 여러 곳에 만들어져 있었어요. 대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과학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 주듯이 Science Story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또래가 설명하는 것이다 보니 더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았고 과학적 원리도 중요하지만, 실험을 거의 놀이에 가깝게 친근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점이 좋아 보였어요. 저렇게 설명할 정도면 저 청소년들도 과학을 엄청 좋아하는 듯 했어요. 저렇게 현장에서 Real World Learning을 할 수 있는 점, 우리 뮤지엄들에서도 보고 싶어요. 설명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실제로 설명하면서, 그리고, 자기 부스를 정리하면서 기르게 되는 여러 가지 스킬들이 미래의 과학자들에게는 살아 있는 경험이 될겁니다. 어린이들은 언니, 형들을 보면서 자신도 저런 모습이 될 걸 상상하는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자판기에서 과학 부품들을 구매한다?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껌 사듯이" 손쉽게 부품들을 사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볼 수 있게 과학놀이를 하는 문화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보드게임!으로 사회적 이슈의 퍼즐 같은 문제를 이해하도록 돕는 광장! 
엄마와 딸이,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할머니 연세의 어른이 정신없이 몰입해 있었습니다. 사회적 변화를 이해한 후 그 해결책을 생각해 보게 하는 Exploratorium. 


어르신도 과학 놀이 삼매경!  미국 뮤지엄들을 돌아 볼 때 가장 가~~~장 시선을 집중시키는 점이 이렇게 모든 연령이 과학을 있는 그대로의 과학을 진짜 즐긴다는 것입니다. 이 분 주변에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보이지 않는걸로 보아 아마 혼자 오신 듯 했는데, 옆으로 지나가기가 주저될 정도로 몰입을 해서 즐기고 계셨어요. 뮤지엄에서 중딩이는 Science 즐기고, 저는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더 재미 있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자녀들의 교육을 향한 엄마들의 정성은 늘 저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미국 엄마들도 아이들이 과학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체험관에서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좌) 

아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거꾸로 되는 것이 신기하고 웃겼나 봅니다. 얼마나 깔깔대며 웃는지~ 아직도 그 아가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저도 이 아가의 웃음 소리에 설득되어서 거꾸로 거울을 보며 과학 원리를 이해해 보았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서 이렇게 장난치듯이 과학의 이치를 깨닫는 문화,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우)


중딩이는 빛과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외국 청소년들이 언제쯤 쉴 것인지를 유심히 살피더니, 드디어 기회를 포착하고 이렇게 저렇게 놀아 봅니다.  가족여행을 다닐 때 좋은 점 또 한 가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무한대로 찍을 수 있고, 찰칵 찰칵 간단하게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즐거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작품 탄생! 

어찌된 일인지 중딩이는 해외만 나가면 저렇게 토끼띠가 되나 봅니다.  저 컷을 찍기 위해 얼마나 여러 번 뛰었고, 열심히 한 컷을 건지기 위해 우린 또 얼마나 "하나, 둘, 셋!"을 외쳤던가! 저 아름다운 사진만 남은 것이 아니라, 추억도 고스란히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흠..... 중딩이, 재밌냐? 흠.... 넌 독특하구나... 그거이 재밌어?"
Exploratorium의 화려한 실험들을 뒤로 하고 저렇게 도미도 작업에 빠진 중딩이!
쉬워 보이지만 결코 녹녹지 않은 저 블럭들을 쌓으면서 중딩이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닷 바람을 실컷 마셨습니다. 손톱만한 크기의 블럭을 결국 해 내는 순간을 지켜 보는 중딩이 부, 모!! 


문득 마음 한 구석이 짠해 옵니다. 블럭 놀이를 한참 할 꼬꼬마 나이때는 출장에다가 커리어를 신나게 쌓느라 이렇게 느긋하게 이 아이를 지켜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없네요. ㅎㅎ 여행 중이니 마음의 여유가 얼굴의 미소로 표현이 됩니다. 저렇게 완성한 후 뿌듯해 하는 중딩이 얼굴! 아직은 아니 여전히 어립니다. 다행입니다, 부,모를 기다려 주어서. 



과학자가 꿈이라 Exploratorium을 꼭 가야 한다던 중딩이는 저 창문 너머에서 진짜 과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학놀이를 실컷 해 보았습니다. 

아! Exploratorium의 Gift Shop은 필수 코스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실험놀이 킷트들, 중딩이는 무지하게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기울여 골랐건만, "혹시 온라인이 더 싼 것이 아닌가?"라면서 화학 원소 기호가 적힌 티셔츠만 한 장 장만했습니다. 한참 화학에 빠져 있을 때라 이 티셔츠를 신주단지 모시듯이 좋아했었던 기억... 이 곳에서의 즐거움을 우리집으로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하나도 못 장만했었습니다. 흐윽... 


이전 02화 미국 중학생들은 뭐하고 노나? 메이커? 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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