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게 될까?
내가 꿈꾸는 공동체의 모습과 유사한 방향으로 상상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다면? 흔하지 않은 이 소중한 만남이 일상일 정도로 흔한 곳을 만들 수 있다면! 워크보트에서 이렇게 이상을 현실로 만들 행복한 궁리를 함께 하는 동료이자 친구들을 만난 것도 세렌디피티이다. “연대와 협력”에 대한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글, “연대와 협력, 뭣이 중한디?”로 3월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 이상을 현실에서 구체화할 지도를 그리는 이 글을 스케치로 4월을 연다. 이 스케치를 사업화해서 지속발전가능하게 만드는 일만 남았다. 이렇게 신나는 일이 매일의 업무라니! 운수대통이다!
한 달간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톡들을 나누던 중 “서렌디피티”를 외치게 만드는 글이 떴다. 일본 히가시카와라는 마을에서 “없는 게 매력”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 마을 공동체에서 제시한 3가지 질문이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1. 나만의/우리만의 ‘다움’은 어떤 것인가?
2. 이것이 나만의/우리만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3. ‘나의 일, 모두의 일, 사회의 일’이라는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는가?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의 이름은 “보물섬”이다.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 이노베이터들은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이 이노베이터들이 모이는 곳이니 보물섬이고, 리트리트를 섬에서 하고 싶다는 장소가 상징하는 의미도 담았다. 보물섬 프로그램은 “자신이 추구하는 보물을 캘 수 있도록 지도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리트리트 retreat)이다. 교육을 할 때 환경이 주는 임팩트가 지대하기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섬으로 간다. 다양한 배경의 보물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이노베이션”을 하는 보물섬에 모여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다. 이 코어 그룹은 보물섬을 떠나 세상 속에서 또 연대와 협력을 이루어 간다. 보물섬의 문화와 언어를 리트리트에서 배우고, 멤버가 된다.
사업명: 보물섬
초대대상: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 이노베이터들은 보물 같은 존재들.
선발방식: 다양성과 포용성을 일상에서 함께 추구하는 가치인 참석자들로 구성
교육내용: 자신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고, 빛깔을 찾는 과정에 참여한다. 보물섬에서는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기본 스킬들을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교육환경: 리트리트 Retreat
이 보물섬에 참여하고, 지내는 동안 서로가 목적한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연대와 협력에 동의하는 약속문을 스케치해 둔다.
보물섬에서는 "따로 또 같이"의 삶에 공존한다.
정기적으로 축제처럼, 여행처럼 보물섬으로 모인다. 그리고, 서로 격려하고, 지원하고, 함께 삶의 스토리를 엮어간다. 육지에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간간이 소식을 듣는다.
혼자서는 다 할 수 없어요. 그러니 중요한 건 주변 사람들로 어떻게 제대로 된 팀을 짜느냐죠.”
- 스티브 잡스, 책 <세런디피티 코드> 303쪽
보물섬에서는 모두가 평어를 쓴다.
워크보트에 승선을 하면 이곳의 언어로 소통을 하는데, 바로 평어이다. 평생 동안 써 왔던 한국어이고, 경어와 낮춤말로 마음이 불편할 때는 “그냥 모두 평등한 말로”를 상상했지만, 막상 쓰게 되었을 때의 낯섦은 과히 충격적이다. 카톡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듯 말 듯한데, 직접 대화에서는 “외국어”라는 스위치로 내 두뇌를 켜고 있다.
보물섬에서는 각자의 보물지도에 집중한다.
보물섬을 찾아오는 첫 번째 계기는 자기 안의 보물을 발견하고 싶은 호기심에서이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세워지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과의 다른 점도 반갑게 받아들여진다. 타인과의 교류는 비교가 아니라, 비전 공유를 위해서임을 각자 먼저 인지한다. Walk the Talk – 삶에서 실천하는 길이 가능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을 함께 갖는다. 자신의 꿈을 삶 속에서 어떻게 녹일지를 함께 생각하고 not overthinking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디자인한다.
보물섬의 주민은 가장 다양한 인원으로 “열린 공간”을 구성을 하여 서로 간 연대력을 높인다.
육지에서 일로 만난 네트워크는 하는 일이 비슷할 수 있고, 서로를 보완하기보다는 자칫 경쟁 구도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
“연결하라고 만든 사업 안에 이미 연결된 사람들만 들어와 있다. 지원사업에 함께 도전할 만큼 의기투합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찾는 걸까? 지원사업을 통해 뭐라도 해보고 싶어도 동료가 없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겠는걸? ……. 공론장이나 플랫폼이 관계 구축이라는 제 역할을 하려면 참여자가 열린 공간을 활용할 마음가짐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만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관에서 마련했던 사적인 자리던 상관없이 연결의 스파크가 파바박! 하고 일어난다. 그렇게 연결의 기운이 도사리는 곳에서 사람들은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좀 더 의기투합에 가까운 관계로 가기 쉬운 상태로 진화할 수 있다. (최지, 연결의 근육)
보물섬에서 자신이 공공재임을 인지하고 서로의 가치를 나눈다.
보물섬에서 만나는 자신을 포함한 사람, 대화, 물건, 나무, 꽃, 바람 등 모든 것은 공공재이다. 사사롭게 사용함이 공적인 것임을 인지하고, 풍부하게 제공하고, 실컷 받는다. 공공재이니만큼 모두가 소유주임을 인지하고 소중히 여기고, 지금 이 순간 보다 더 나은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보물섬은 예술 활동을 통해 자기 안의 예술성을 캐내도록 돕는다.
섬으로의 여행은 낯선 환경에 자기 자신을 최대한 노출하려는 적극적 액션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면서 영감을 얻는다. 섬 주민들이 모두 어울려 작품을 만들면서 삶을 축제로 만드는 연대와 협력을 경험한다.
연대
보물섬이 일상이 되는 날을 향해 우리는 연대한다. 서로가 드림 커리어로 살도록 돕는 문화가 숲을 이루도록 연대한다.
“깃대 꽂고 가는 연대는 피곤하다, 나와 다른 누군가와 맞추는 것도 피곤하다.”
- 워크보트 마리의 말 -
연대는 누군가와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로 함께 서있는 것임을 경험하게 된다. 서로 얼마나 다른가가 “신기하다”라는 감정으로 이어질 때 생태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
협력
보물섬에서 만나, 협업, 동맹,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협력을 한 사례들을 널리 공유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를 우리가 주인으로 만드는 것임을 이해한다. 공공재들이 협력하여, 더 큰 공공재를 이룬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잠재적인 협력의 씨앗을 발화하는 촉매제이다.
우리는 유레카의 순간을 흔히 한 영웅의 업적으로 돌리지만 사실 인류의 발전은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관찰한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점을 이으려면 많은 사람의 기술과 자원이 필요하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고 어떤 사람이나 자료가 필요하게 될지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많은 어려움에 대한 해답은 다양한 집단에서 나온다.
책 <세런디피티 코드> 302쪽
보물섬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지도를 그리고, 또 그린다면, 어느 순간 세렌디피티! 를 또 외치게 될 것 같다.
* Top 사진: Unsplash의 charlesdeluv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