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폭식도 연관이 있나요?
선생님: 그렇죠. 일상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가장 원시적인 퇴행으로 돌아가요. 먹고 자는 본능적인 거로요.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평생 똥배를 달고 살았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제일 마지막에 빠지는 게 똥배라는데 매번 그 직전에 포기한 탓이죠.
이번에도 다이어트를 한다고 한동안 평일에는 군것질을 끊었어요. 밥 빼고는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대신 주말에는 하루에 한 번씩 먹고 싶은 거 배부르게 먹고요.
그렇게 군것질을 안 할 때 좋은 건 속이 편하니까 머리도 맑아진다는 거예요.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속이 비니까 잡생각도 비워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몇 달간 평일에는 간식에 손도 안 댔는데 요즘 다시 군것질병이 도졌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부엌을 들락거리며 먹을 걸 찾아요.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그동안 참은 게 다 물거품이 되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내가 좋아하고 살찔 만한 건 일부러 사놓질 않아서 다행이에요.
이렇게 다시 군것질하는 이유는 다른 게 없어요. 오늘의 말씀에 나온 대로 일상의 만족도가 떨어져서 그래요. 아이가 태어나니까 평일이고 주말이고 내 시간이 별로 없어서, 방에서 일하는데 아이가 거실에서 소리 지르고 울어서, 열이 많은 체질이라 그런지 여름이면 아무 일 없어도 종일 컨디션이 엉망이라서, 내 방은 끝방이라 에어컨 바람이 안 들어와서, 그래서 방이 더워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니까 일이 잘 안 돼서, 지금 번역 중인 책을 붙잡고 있는 지도 두 달쯤 됐더니 싫증이 나서 등등.
쓰고 보니까 아무래도 작업실을 하나 구해야 할 것 같네요. 다른 건 어떻게 한다 해도 애가 우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안 그러면 괜히 애꿎은 애만 시끄럽다고 원망하는 아빠가 될 것 같아요.
아, 출퇴근하기 싫은데. 집에서 대충 입고 일하는 게 최곤데. 주변에 저렴한 방도 없는데.
그래도 제가 집을 나가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억돌이가 울고 소리 질러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주세요. 집에서 일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