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육아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전보다 편해 보인대.
—아내
오늘은 장모님이 오신 관계로 그동안 일찍 자느라 못 했던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히 쓰겠습니다.
어제 아내 친구 가족이 왔어요. 마침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렸어요. 같이 점심 먹고 오후 시간을 보내다 갔는데요, 억돌이는 처음 보는 이모, 삼촌도 좋지만 두어 살 위인 누나가 너무 좋았던지 한껏 흥분해서 분유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아내는 저녁에 또 그 친구를 만나러 나갔어요. 이곳에 직장 동료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늘 적적했는데 모처럼 친구를 만나니까 신나서 밤 12시까지 수다를 떨다 들어왔습니다.
아내가 와서 하는 말이 친구가 그러는데 제가 예전보다 한결 편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더래요. 제가 처음에 아내 친구들과 부부 혹은 커플 동반 모임을 했을 때는 그냥 뾰로통하게 있었거든요. 원래 붙임성도 별로 없거니와 그런 모임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요.
이후로도 몇 번 더 봤는데 어제는 유독 더 편해 보였나 봐요.
사실 그건 저도 요즘 느끼는 겁니다. 마음가짐이 예전보다 편해졌어요. 예전에는 쓸데없이 남들 의식 많이 했거든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동네 마트 갈 때도 아침에 머리 안 감았으면 감고 트레이닝복이라 해도 후줄근해 보이지 않는 옷 입고 나갔어요. 모르는 사람한테도 꾀죄죄하게 보이기 싫어서요.
근데 요즘은 머리를 감긴커녕 면도도 며칠 안 하고 그냥 집에서 입던, 늘어나고 꾸깃하고 보풀 많은 옷 그대로 입고 돌아다닙니다. 가끔 아내가 그러고 나가지 말라고 할 때도 있어요.
왜냐하면 피곤해 죽겠거든요. 억돌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짐이 일어났다! 게 아무도 없느냐!”라는 느낌으로 소리를 빽 지르면 그때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거예요. 애 우유 먹이고 좀 놀아주면 “저자에 나가자꾸나! 가마를 대령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또 소리를 빽 질러요. 그럼 아기띠 해서 한 20~30분 산책을 다녀옵니다. 하루라도 빼먹을라치면 난리가 나요. 요즘은 아침에도 날이 더운데 두 남자가 등과 배를 맞대고 있으니 몸에서 땀이 뻘뻘 나요. 그만큼 기력도 빠지고요.
그러고 와서는 아내한테 애를 맡기고 종일 번역을 하고 일 마치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제가 또 저녁에 애 산책시키고, 애 목욕은 매일 제가 하고, 그러고서 저녁 먹고 정리하면 일러야 8시인데 그러면 이미 녹초가 되어 있어요.
그게 매일 반복되니까 몸이 힘들고 몸이 힘드니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건 말건 신경 쓸 정신도 없더라고요. 아우, 내가 죽겠는데 남들이 뭔 상관이야.
그러니까 말도 행동도 한결 편해졌어요. 물론 어디까지나 예전에 비해 편해졌을 뿐 언제 어디서나 스스럼없이 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요.
전 평소에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요, 몸이 힘드니까 확실히 생각이 많이 줄었어요.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말 들어보면 달릴 때 머리가 깨끗이 빈다고들 하는데 딱 그 짝이에요.
몸이 힘든 건 싫지만 그래도 머리가 비는 건 좋아요.
어휴, 빨리 게임하러 가야 하는데 너무 시간을 끌었네요. 안녕.
마흔 다 돼서 돌도 안 된 아이 키우려니까 너무 힘들다. 다음 생에는 결혼 빨리 해서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