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의 독서 차트를 작성하다 보면 깊이 있는 책에 대한 강박이 느껴져요. (중략) 대부분 책=공부로 인식해요. 가벼운 책을 읽으면 시간 낭비한 거 같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안 되지? 생각했어요. 우리나라가 유독 책의 의미, 가치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책을 더 안 읽는 건 아닌가 싶어요.
—은유, ⟪출판하는 마음⟫ 중 서점인 정지혜의 말
제가 예전에 <독서에 취미를 붙이는 법 (1)>에서 말했는데 책은 재미로 읽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책 안 읽는다고 사람 구실 못하는 것도 아닌데 재미도 없는 것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리고 재미로 읽으려면 끌리는(혹은 꼴리는) 대로 읽는 게 최고입니다. 표지가 예뻐서든, 제목이 인상적이어서든, 주제가 관심 분야여서든 간에 내 마음을 혹하게 하는 책을 읽어야 잘 읽히지 않겠어요? 재미있을 줄 알고 읽었는데 재미없으면 그냥 덮어버리면 그만이고요.
저는 최근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생겼어요. 몇 권 사서 봤는데 좋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사볼 생각이에요. 왜 좋냐고요? 분량이 짧아서 금방 다 읽어버리거든요. 책 읽는 재미 중에 완독한 책 한 권씩 늘려가는 재미가 있잖아요. 순전히 그 재미가 좋아서 요즘 일주일에 한 권씩 독립출판물을 사고 있어요.
저도 여유가 생기면 독립출판물 하나 내고 싶어요.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피자, 치킨, 돈까스, 탕수육, 햄버거, 칠리새우 등등. 모두 기름진 음식이죠. 요즘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서재⟫ 등 아무튼 OOO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는데 그럼 저는 ⟪좌우간 기름칠⟫ 이런 식으로 제목을 뽑아볼까 싶기도 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가볍게 쓴 글 모음이 될 거예요.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나올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로 그런 글을 쓸지 말지도 아직은 몰라요. 지금은 애 보랴 일하랴 바쁘니까요.
아, 아니다. 제 꿈은 작가 중에서도 소설가가 되는 거니까 그런 글을 쓸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소설을 쓸까요? 저는 소설을 써도 아무 의미도 추구하지 않고 순전히 재미만 추구할 거예요. 소설의 미덕은 재미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없으면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재미만 있으면 의미 따윈 없어도 된다고 봐요. 그래서 다 읽고 나서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제가 전에 말했던가요, 출판사를 차리면 이름을 졸라뻔북이라고 지을 거라고요? 졸라 뻔뻔할 만큼 fun만 추구하는 출판사.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지금 말고 나중에 시간 많고 돈 많아지면.
소설가 되고 싶으면 좀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