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일 근무에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하는 건 기본이더라. 난 그렇게 일하면서 살면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지낼 거라 생각했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그렇게 해야 겨우 먹고 살더라고. 사람 값이 싸도 너무 싼 것 같아.
—이종철, ⟪까대기⟫
⟪까대기⟫는 작가가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한 경험을 토대로 그린 만화입니다. 택배 시장을 지탱하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그리고 그 고단함에 비하면 손에 떨어지는 벌이는 얼마나 약소한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10년 전에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였어요. 밤늦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전화가 왔어요. 받아보니 택배 아저씨입니다. 제가 서점에서 당일 배송으로 책을 주문했는데 집에 없어서 전화를 했대요. 문 앞에 두고 가시라고 했더니 혹시 분실되면 어쩌냐면서 하시는 말씀이, 택배 한 건에 800원 받고 당일 택배는 건당 1000원 받는데(오래전이라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물건 하나 잃어버려서 보상해주면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는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그 말이 솔직히 충격적이었어요. 택배 기사 보수가 많지 않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금액을 듣고 보니 적어도 너무 적더라고요. 차량 유지비, 전화비 같은 거 떼면 남아야 얼마나 남겠나 싶었어요. 그때 제가 살던 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이어서 택배 아저씨들이 짐 들고 걸어 올라온다고 고생했는데 그 금액을 듣고 보니 감사한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그 후로 택배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근데 그렇다고 또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나가서 살 수는 없잖아요. 더욱이 요즘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가기도 힘들어서 더 그래요.
택배 물량은 갈수록 느는데 언론 보도를 보면 기사에 대한 처우는 나아지질 않나 봐요. ⟪까대기⟫를 보면 두 택배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공룡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키우려고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 오는 택배도 열에 아홉은 그 회사를 통해서 배달돼요.
저는 택배비가 좀 올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사님들이 노동 강도에 맞는 보수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걸 다 떠나서 그래야 내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제가 그분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건 아니고 제가 그분들 보수를 쥐어짜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나 때문에 그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하는 노동의 양이 더 늘어나는 것 같아 영 불편해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저희 집에 오는 택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소비를 줄였거든요. 매일 얼마까지만 쓸 수 있다고 일 한도를 정해 놓고 되도록 거기에 맞춰서 돈을 쓰니까 인터넷에서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잘 안 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택배 기사님들 업무량도 줄고 저희도 돈을 아끼니까 일석이조네요.
다들 일한 만큼은 버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한 것보다 더 많이 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