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븅신.
—나
오늘도 아기띠로 억돌이 매고 아침 산책을 갔습니다.
나가면서 일기예보를 봅니다.
‘ㅋㅋㅋ 기상청 븅신들. 오늘도 비 안 오잖아!’
제가 기상청 욕하는 건 다름이 아니라 지난 주말부터 맨날 예보에는 비 온다고 해 놓고 토요일 빼고 단 하루도 비가 안 왔기 때문이에요. 원래 주말에 처가에 가려다가 태풍 온대서 안 갔고, 명절에 집에 가기 전에 세차 한 번 싹 하려고 했는데 연휴 초반까지 비 온대서 세차 안 했거든요? 근데 태풍은 비껴가고 비는 안 오니까 기상청 븅신들이란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오늘도 어제까진 예보에 비 온다고 되어 있더니 아침에는 비 안 온다고 바뀌었어요. 그래서 우산 없이 억돌이 데리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평소 가던 코스로 안 가고 걸어서 15분 거리의 주택가로 갔어요.
주택가로 진입하자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후드득 비가 쏟아집니다.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별안간 비가 죽죽 내려요.
유모차 끌고 나갔으면 가리개라도 있지, 아기띠만 하고 갔으니 애가 비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급한 대로 두 손으로 아이 머리를 감쌌어요.
집까지 뛰어갈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가슴에 10킬로짜리 애 앉히고 아킬레스건염 있는 다리로 뛰는 건 무리예요.
그렇다고 남의 집 처마 밑에 들어가자니 비가 언제 그칠지도 모르는데 언제까지 그러고 있냐 싶더라고요.
별수 있나요. 그냥 최대한 빨리 걷는 수밖에요.
다행히 5분쯤 걸으니까 버스 정거장이 나와서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쫄딱 젖은 후였지만요.
중간에 우산을 가지고 나온 아내를 만나 집까지 무사히 돌아왔어요.
집에 와서 기상청 욕하면서 일기예보를 보니까……
상세 예보에 딱 8시에만 비 표시가 있네요.
하아, 그것도 모르고…… 진짜 븅신은 따로 있었네.
기상청 예보는 왜 하필 오늘만 정확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