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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Nov 20. 2019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활동을 합니다

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 (19)

“주말인데 만나자는 전화 한 통 안 오나?”


예전에 제 방에 놀러온 친구가 게임을 하다가 핀잔하듯 물었어요. 아니, 지금 너랑 놀고 있는 거 안 보이냐? 그래 놓고 자기는 저녁까지 다 먹고 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아무 연락 없는 주말을 좋아합니다. 아무 약속도 없이 빈둥대다가 산책이나 하고 맛있는 거나 먹는 느긋한 주말이 좋아요. 그날만 해도 오후에 대학원 선배들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근처에 왔다고 나와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요.


어떻게 했을까요? 집에 손님 있다고 안 나갔습니다. 친구야 그냥 보내거나 혼자 게임하고 있으라고 해도 되지만, 나가려면 씻고 옷 갈아입고 귀찮아서요. 저는 미리 약속된 만남은 괜찮지만 즉흥적인 만남은 거절을 잘 합니다. 예전에 연극 동호회 활동을 할 때 연출가 선생님이 그랬어요.


“고명 씨는 참 귀찮은 거 많은 사람이야.”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정말로 귀찮아서 뭘 잘 안 하려고 하는 성격이더라고요. 그냥 어디 틀어박혀서 가만히 있는 거 좋아하고요. 그래서 전형적인 집돌이죠.


요즘 제일 그리운 게 뭔지 아세요? 주말이면 소파와 한몸이 되어 종일 텔레비전 보던 겁니다. 이젠 아이가 볼까 봐 텔레비전은 켜지도 못 해요. 말도 못 하는 녀석이 집에만 있으면 지겨운 티 팍팍 내서 주말마다 꼭 어디든 데리고 나갔다 와야 하고요. 주말이 평일보다 더 고단할 때도 있다니까요.


귀차니즘 말고도 제가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저는 잡담에 약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제 얘기를 할 때는 발단-전개-절정-결말 중에서 발단과 결말만 말합니다. 귀찮잖아요. 앉아서 웃고 떠드는 것도 딱 1시간까지만 재미있고 그 이상은 피곤합니다. 그래서 목적 없는 친목 모임은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는데요,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좀 특이한 거지.




기존에 있던 뒷부분은 곧 출간될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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