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이라이트 Nov 12. 2019

편집자를 존중하고 신뢰합니다

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 (18)

“제가 음악, 미술 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아무래도 어렵겠습니다.”


열다섯 번째 습관 시작할 때 썼던 말이죠? 번역 의뢰가 들어왔는데 제가 그 방면으로 지식이 없어서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의뢰를 쉽게 거절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웬만하면 들어오는 대로 다 받습니다.


왜냐고요? 툭 까놓고 말해서 한 번 거절하면 그 출판사에서는 다시 일이 안 들어오거든요. 제가 번역가로 10년쯤 살아보니까 그래요. 간혹 거절 당한 후에 감사하게도 또 같이 작업해보자고 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보통은 거절과 함께 작별입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어요. 아니, 있었죠. 주로 남자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몇 번이고 들이대다 보면 결국 넘어오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쓰였죠. 그런데 요즘은 그것도 옛말입니다. 싫다는데 자꾸 추근대면 민폐예요. 더군다나 찍는 사람들도 열 번이나 찍지 않습니다. 나도 괜찮은 사람인데 너 아니면 좋은 사람 없냐, 됐다, 하고 관두는 거죠. 


출판사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신 말고도 번역하겠다는 사람 많아!” 물론 이렇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야 않겠지만 기껏 번역을 제의했는데 거절하는 사람에게 굳이 또 손을 내밀고 싶은 마음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몇 번이나 붙잡아야 할 만큼 유능하고 유명한 번역가가 아니라면 일을 맡길 번역가야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출판사의 요청은 어지간하면 다 받아들여요. 번역 의뢰만 아니라 부수적인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면 번역을 마친 후 출판사에서 마케팅용으로 쓰기 위해 저자나 책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홍보 영상을 번역해 달라고 하거나 역자 후기를 부탁하기도 하죠.


다른 번역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는 그런 것 귀찮습니다. 책을 번역하는 건 재미있는데 그 외의 작업은 왜 그런지 영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출판사에서 소정의 수고료를 준다고 하지만 들어가는 시간을 따져보면 사실은 손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출판사에서 해 달라면 정성껏 해줍니다.




기존에 있던 뒷부분은 곧 출간될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예정)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텀블벅 펀딩 바로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알리고 계발하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