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 (18)
열다섯 번째 습관 시작할 때 썼던 말이죠? 번역 의뢰가 들어왔는데 제가 그 방면으로 지식이 없어서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의뢰를 쉽게 거절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웬만하면 들어오는 대로 다 받습니다.
왜냐고요? 툭 까놓고 말해서 한 번 거절하면 그 출판사에서는 다시 일이 안 들어오거든요. 제가 번역가로 10년쯤 살아보니까 그래요. 간혹 거절 당한 후에 감사하게도 또 같이 작업해보자고 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보통은 거절과 함께 작별입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어요. 아니, 있었죠. 주로 남자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몇 번이고 들이대다 보면 결국 넘어오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쓰였죠. 그런데 요즘은 그것도 옛말입니다. 싫다는데 자꾸 추근대면 민폐예요. 더군다나 찍는 사람들도 열 번이나 찍지 않습니다. 나도 괜찮은 사람인데 너 아니면 좋은 사람 없냐, 됐다, 하고 관두는 거죠.
출판사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신 말고도 번역하겠다는 사람 많아!” 물론 이렇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야 않겠지만 기껏 번역을 제의했는데 거절하는 사람에게 굳이 또 손을 내밀고 싶은 마음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몇 번이나 붙잡아야 할 만큼 유능하고 유명한 번역가가 아니라면 일을 맡길 번역가야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출판사의 요청은 어지간하면 다 받아들여요. 번역 의뢰만 아니라 부수적인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면 번역을 마친 후 출판사에서 마케팅용으로 쓰기 위해 저자나 책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홍보 영상을 번역해 달라고 하거나 역자 후기를 부탁하기도 하죠.
다른 번역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는 그런 것 귀찮습니다. 책을 번역하는 건 재미있는데 그 외의 작업은 왜 그런지 영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출판사에서 소정의 수고료를 준다고 하지만 들어가는 시간을 따져보면 사실은 손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출판사에서 해 달라면 정성껏 해줍니다.
기존에 있던 뒷부분은 곧 출간될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