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밥을 먹이는 법

by 김콤마

아내가 1년여의 육아 휴직을 끝내고 오늘 출근했다. 아이는 다음 달부터 어린이집 출근이다. 고로 앞으로 2주 동안, 정확히는 주말 빼고 9일 동안 내가 독박 육아다.


독박 육아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아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오신다는 걸 못 오시게 한 이유 중 하나도 거기에 있었다.


이번 독박 육아에 임하는 내 목표 중 하나는 아이가 밥투정을 안 하게 만드는 거다. 밥 먹기 싫다고 떼쓰는 거 쏙 들어가게 만들려 한다.


아내는 아이한테 맞춰주는 편이다. 밥 먹을 때 숟가락에 조금씩 떠서 먹이고 애가 안 먹겠다고 하면 놔뒀다가 10분 후고 20분 후고 다시 먹인다.


나는 아니다. 나는 한 숟갈 가득 퍼서 넣는다. 깨작깨작 넣어서 언제 다 먹어? (목 막히거나 토하지 않는 한에서) 빨리 먹이고 나도 밥 먹든가 쉬든가 해야지.


그리고 네가 밥을 안 먹어? 좋아, 오늘부터는 그러면 밥 없어.


오늘 아침 아이의 반찬은 집 근처 가게에서 사 온 아이용 생선가스였다. 한두 점 먹고 안 먹겠다고 다 뱉었다.


이 집은 생긴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다른 지역에서까지 주문이 들어올 만큼 번창 중이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애 입맛에는 안 맞아서 번번이 거부한다. ‘개미’가 안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개미가 안 됐다는 건 우리 장모님이 쓰시는 표현으로, 간이 안 돼서 맛이 없다는 말이다.


안 먹는데 어째, 그냥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카레를 꺼내서 비벼 먹였다. 다행히 카레는 잘 받아먹었는데 그것도 많이 먹진 않았다. 숟가락을 입에 갖다 대도 거부하거나 뱉어버리는 걸 3번 정도 참아준 후 밥을 치워버렸다.


그리고 남은 밥과 카레를 비벼서 내가 다 먹었다. 애가 먹다가 뱉어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생선가스의 잔해도 다 주워 먹었다. 맛있어서. 나는 비위가 좋다. 애가 흘린 거, 먹다 뱉은 거 맛있으면 다 받아먹고 주워 먹는다. 왜?


그게 제일 쉽게 음식물을 처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수건이나 물티슈로 모아서 싱크대에 버리고 나중에 그걸 또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하지만 다 주워 먹으면 내 손만 씻으면 끝이다.


점심 때는 똑같은 가게에서 사 온 토마토스크램블드에그를 줬다. 몇 번 먹고 또 안 먹는다. 그래서 또 다른 반찬을 줬는데 뭘 줬던지 기억은 안 난다. 여하튼 반찬을 바꿔서 줬는데도 몇 숟갈 먹고 안 먹는다고 시위한다.


이해는 간다. 어른들도 반찬 맛없으면 밥 먹기 싫으니까. 하지만 이해는 이해고, 그걸 다 받아줄 수는 없다. 자기가 차려먹을 거 아니면 주는 대로 먹어야지. 특히 어린이집 가면 입맛에 안 맞는 반찬 더 많이 나올 텐데 어쩌려고?


그래서 밥이 반 넘게 남았는데 “너 안 먹지? 좋아, 아빠가 먹는다” 하고 내 앞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은 밥에 남은 반찬 다 섞고 아침에 남은 생선가스까지 해서 내가 쓱쓱 다 먹어치웠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오늘 아침도 점심도 평소보다 적게 먹었다. 중간중간 “맘마! 맘마!” 타령을 해서 간식을 평소 분량대로 줬다. 아내가 볼 때는 낮에 분유도 줬지만 나는 이제 슬슬 끊어도 될 것 같아서 안 줬다.


다행히 애는 적게 먹고도 평소처럼 잘 놀았다.


저녁은 퇴근 후 아내가 먹였다. 아이를 기다려주며 다 먹였다.


어느 쪽이 맞는지 우리가 전문가도 아니고 모른다. 하지만 내 방식이 틀린 것 같지도 않으니 일단은 내 방식대로 먹여보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