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의 저녁 메뉴는 토마토 파스타였다. 대단한 요리는 아니다. 파스타 삶고 양파 볶아서 어제 만들어 놓은 토마토 퓨레에 섞은 게 다다. 버섯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사다 놓은 게 없고 마트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배달 주문이 며칠이나 밀려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 내가 토마토 퓨레를 다 만들다니.
원래 나는 파스타 소스 직접 만드는 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마트에 가면 맛있는 거 파는 데 뭘 귀찮게 만들어 먹어. 예전에 아내가 시켜서 생크림과 우유로 까르보나라 소스 몇 번 만들어 먹긴 했지만 그것도 신혼 때 얘기지, 애 낳고는 일하랴 애 보랴 힘들어 죽겠는데 파스타 소스나 만들고 자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근데 애 때문에 토마토 퓨레를 다 만들었다. 대단한 요리는 아니다. 토마토 삶아서 껍질 까고 속 파고 갈아서 팬에 끓이는 게 다다. 귀찮긴 해도 애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니 손이 절로 갔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지도 않지만 즐기진 않는다. 총각 때 10년 정도 자취하면서 그냥 사 먹거나 엄마가 보내준 반찬에 밥만 해서 먹었다. 신혼 때는 곧잘 음식을 만들어 먹었지만 애 낳고는 몸이 힘들어서 그냥 사다 먹는다.
하지만 요즘 아이 때문에 다시 요리를 하고 있다. 뭐, 나야 원래 요리하던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아내는 내가 요리 10번 하면 본인은 1번 할까 말까 하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아내도 아이 때문에 요리를 한다.
애 반찬은 사다 먹이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비싸다. 반찬 한 주먹 거리가 5~6,000원이다. 거기다 애 입맛에 맞는 집, 거기서도 입맛에 맞는 메뉴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몇 끼는 직접 해 먹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제 퓨레를 만들고 오늘 파스타를 만들었다. 아이의 반응? 한두 입 먹고 안 먹겠다는 걸 아내가 치즈 얹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간신이 반이나마 먹였다. 남은 건 내가 먹다가 나도 맛없어서 버렸다.
차라리 어른 요리가 쉽다. 맛없으면 간장이든 소금이든 팍팍 치면 되거든. 근데 애가 먹는 건 조미료를 쳐도 쬐끔밖에 칠 수 없으니 맛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사 온 반찬을 애가 안 먹는다고 하면 야, 맛없어도 먹어야지, 안 먹을 거면 내려가, 이걸로 식사 끝이야, 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데 내가 한 요리를 안 먹는다고 하면 그게 잘 안 된다. 내가 맛없게 만든 게 잘못인 것 같아서 안 먹으면 내려가라고 하는 게 적반하장으로 느껴진다.
나는 아이가 어서 크기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 먹는 것도 같이 먹을 수 있게. 그리고 같이 피자 시켜 먹고 치킨 시켜 먹게. 식성이 날 닮았다면 아주 환장할 거다. 우리 엄마 말씀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혼자 통닭 한 마리를 다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치킨 한 마리는 무리지만 피자 한 판은 거뜬하다. 나중에 아이와 세계 피자 여행을 다녀오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