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욕이 다량 함유된 글이니 주의하세요
아, 씨발, 결국 해버렸다. 지금까지 ‘임마’, ‘이 새끼’까지는 말해봤어도 이 말만은 안 하려고 참고 참았는데 그것도 오늘부로 끝나버렸다.
애한테, 그것도 이제 18개월밖에 안 된 애한테 개새끼라고 쌍욕을 하는 아빠라니.
변명을 하자면 애한테 뺨을 맞고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다.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애를 안고 있다가 허리가 아파서 내려 놓으려 하니까 떼를 쓰다가 아빠를 때린 거다. 솔직히 사람이 싸대기 맞고 자기도 모르게 쌍욕을 할 수도 있잖아?
애가 때리려고 때렸는지 아니면 아내 말대로 버둥거리다가 그렇게 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요즘 거의 매일 그런 식으로 뺨을 맞는다. 그러니까 쌓인 게 폭발한 거다.
안 그래도 며칠전부터 놀이터에서 마모된 우레탄 바닥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걸 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안 듣고, 양볼을 꽉 눌러서 입을 벌리고 빼내려고 하니까 쏙 삼켜버리는 짓에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애가 한 팔에 안긴 채로 30분 정도 잠을 자는 바람에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 심하진 않아도 분명한 통증이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허리가 아파서 내려놓으려고 했다는 게 완전히 뻥은 아니다.
물론 안고 있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다. 왜 싫었냐 하면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짜증을 내는 애 때문에 나도 짜증이 나 있었다. 아침부터 남의 짜증 들으면서 깨는 거 진짜 최악이다.
애 잘못만은 아니다. 자기가 깼다고 신호를 주는데도 아빠가 더 자라고 노래를 부르고 토닥이니까 짜증이 날 만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애가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으니까 더 잘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다. 솔직히 일어나기 귀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도 짜증을 내는 순간 바로 일어나서 안아줬다. 아침부터 애 기분 잡치지 않으려고. 그러면 내 기분까지 잡치니까. 애들은 아침에 즐겁게 일어나야 하루를 그나마 좀 순하게 보낸다고 하니까. 근데 안고 있으니까 허리가 아픈 걸 어떡해.
어찌됐든 간에 내가 애한테 쌍욕을 한 건 사실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애한테 미안한 건 둘째치고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싶어 자괴감이 들었다. 아빠가 돼서 자식한테 개새끼, 라니 진짜 못났다 싶었다. 시도때도없이 안아 달라고 하는 애도 밉지만 그걸 쿨하게 못 받아들이고 욱하는 나 자신이 더 미웠다. 아침부터 기분이 그냥 씨발 좆같았다.
애만 아니라 어른도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야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낸다. 오늘처럼 씨발 좆같이 일어나면 뭐 말 다했지.
애는 아침 먹고 30분을 또 잤다. 거봐, 30분 일찍 일어났다니까.
어린이집 갈 시간에 맞춰 깨우려고 동요를 틀었다.
“아기돼지 바깥으으로 나가자고 꿀꿀꿀, 엄마돼지 비가 와아서 안 된다고 꿀꿀꿀.”
비 오는데 밖에 나가자고 생떼를 쓰는 아기돼지와 그걸 말린다고 고생하는 엄마돼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돼지야, 너도 참 고생이 많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새끼 키우기 힘든 건 매한가지다.
그래도 돼지야, 너는 마음 편히 자식한테 “이 돼지새끼야”라고 말할 수 있잖아. 그러고 보니 개야, 오늘만큼은 니가 정말 부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