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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Jan 02. 2021

번역가가 되고 싶은 OOO 님에게

질문

안녕하세요, 번역가를 직업으로 생각중인 중딩입니다. 글맛님의 글을 읽으면서 번역가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데요, 혹시 번역 아카데미에 대해 더 자세히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정확히 무엇에 대해 공부하고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으며 중학생이라면 지금부터 무엇을 가장 먼저 준비해야하는지요. 그냥 모든걸 다 가르쳐주시면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답변

안녕하세요. 번역 아카데미가 궁금하다고요? 저도 번역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서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제 경험에 비춰서 말씀드릴게요.


일단 번역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건 한마디로 번역의 기술이에요. 영어(혹은 외국어)는 원서를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간주하고 영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알고 있으면 좋은 요령 같은 것을 배우죠. 예를 들면 번역투를 피하는 법 같은 거요. '좋은 시간을 가졌다'가 아니라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써야 더 자연스럽다 같은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거예요.


번역 아카데미의 특징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번역해 온 과제물을 같이 검토하는 시간도 있다는 겁니다. 번역은 내가 직접 해봐야 제일 빨리 실력이 늘거든요. 그래서 거의 매 시간 번역 과제가 나오고 다음 시간에 몇 사람의 과제물을 다 같이 비평하면서 번역 노하우를 습득하죠.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해요. 아카데미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청하면 돼요. 요즘은 지원자가 많아서 테스트를 거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직접 들어가서 한번 보세요. 제가 나온 곳은 글밥 아카데미입니다.


다음으로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겠죠? 일단 번역가가 된다는 좁은 목표부터 생각해보죠.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크게 언어 감각과 문화 감각을 길러야 해요. 언어 감각은 영어(혹은 내가 목표로 하는 외국어) 실력과 국어 실력을 말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번역가는 외국어와 국어를 잘해야 하니까요.


첫째, 외국어 실력을 기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일단 기초적인 문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단어가 살이라면 문법은 뼈대거든요. 뼈대가 튼튼해야 살이 더 잘 붙겠죠?


물론 단어를 암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근데 무작정 암기하려고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외국어로 된 책, 영상 같은 거 보고 게임 같은 거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면 좋을 거예요. 물론 자기 실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야겠죠. 자기 실력에 맞는다는 건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가면서 보면 얼추 이해가 되는 수준을 말해요. 단어의 뜻을 다 찾았는데도 문장들이 해석이 안 된다는 건 아직 그 책, 영상, 게임이 내 실력에 안 맞는다는 겁니다.


둘째, 국어 실력을 기르려면 꾸준히 글을 쓰세요. 번역가는 글을 쓰는 직업이니까 글솜씨가 중요해요. 그리고 글솜씨를 늘리는 방법은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게 최고입니다. 글 쓰는 게 싫거나 부담스러우면 번역가로 살기 어려워요.


글은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 써도 좋고 블로그에 써서 공개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편한 쪽으로 하세요. 저는 성인들에게는 블로그에 쓰기를 권하지만 아직 중학생이라 혹시라도 어릴 때 블로그에 쓴 글이 나중에 흑역사가 될지 몰라서 함부로 권하진 못하겠네요. 인터넷에 쓴 글은 오래 남으니까요. 자신이 온라인에 써도 될 글과 안 써야 될 글을 잘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보세요.


다음으로 문화 감각은 원어권 문화에 대한 친밀도를 말해요. 저는 영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니까 영어권 문화를 잘 알아야 해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를 먹고, 다스베이더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카리스마 있는 악당이며, 뉴욕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자기 차를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그 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는 것을 번역가도 알아야 번역할 때 오역을 피할 수 있죠.


문화 감각을 기르려면 그쪽 문화를 자주 접하는 수밖에 없어요. 방법은 간단해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책, 영상, 음악, 게임 등으로 간접 체험을 하면 되죠. 그러니까 틈이 나는 대로 외국 콘텐츠를 보고 듣고 즐기세요. 저는 대학생 때 미국 시트콤을 보면서 미국 문화에 익숙해졌어요. 요즘은 인터넷에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하니까 취향이나 관심사에 맞는 것을 잘 찾아보세요. 한국어로 봐도 괜찮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면 원어로 보면 외국어 실력도 기르고 좋습니다.


여기까지가 번역가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인데요, 앞에서 번역가가 되는 것은 좁은 목표라고 했죠. 왜냐하면 그것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에 부족하거든요. 요즘은 N잡 시대라고 하잖아요. 이제 직업을 하나만 갖는 것으론 부족하다는 거죠. 더군다나 지금 중학생이면 대학을 빨리 졸업해서 사회에 나간다고 해도 최소 10년 후일 테니까 그때는 세상이 많이 달라져 있을 거예요. 어쩌면 기술의 발달로 번역가란 직업이 멸종 위기에 처했을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미래를 번역에 한정하지 말고 더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삶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는 책을 많이 읽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그랬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미처 몰랐던 것을 알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될 때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틈틈이 다양한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특히 번역가는 하루 종일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니까 독서 습관은 기본이에요.


그리고 IT 기술에 익숙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뭘 하든 IT 기기를 쓰니까요. 번역만 해도 요즘은 원서를 PDF 파일로 받고 번역 원고를 워드나 한컴 한글 파일로 작성해서 전송해요. 이렇게 IT 기기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는 건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래서 IT 지식이 있으면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사전을 빨리 찾을 수 있는 단축키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어요. 이런 게 사소한 것 같아도 길게 보면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어요.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다시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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