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고열로 뒤척이는 여섯 살 첫째의 양말을 벗기고 잘 자라고 발을 주물러주는데 뒤꿈치가 까끌까끌하다. 얼마 전에 만졌을 때만 해도 발 전체가 말랑말랑했는데 언제 굳은살이 생겼을까? 요즘 점점 뛰어노는 시간이 늘어나더니 이렇게 어린이가 되어간다.
문득 아이가 말랑발이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가끔 육아 선배들이 애가 아기였던 시절이 그리워진다고 하면 그리 와닿지 않았다. 부부가 출산 후 2년 동안 행복도가 최악을 달린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아기를 키우는 건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나이가 들수록 키우기가 수월해진다. 부모의 개인 시간도 늘어나니 삶이 한결 넉넉해진다.
그런데 왜 지나고 나면 그 고생하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걸까?
1. 힘든 시절도 지나고 나면 즐거운 추억으로 남으니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처럼.
2. 돌이킬 수 없으니까.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걸 욕망하는 본능이 있으므로.
3. 그땐 나(부모)도 젊었으니까. 젊음은 지금보다 많은 것이 미확정이었던 시절, 따라서 가능성의 갈림길이 더 많은 갈래로 펼쳐졌던 시절로 기억되니까. 마흔이 넘은 내가 요즘 20대에 가능했으나 하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후회하듯이.
아이도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