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에게 점심 이유식을 먹이던 아내가 갑자기 윗배가 조이듯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해 보니 급체, 위염, 역류성식도염 등 흔한 질환이 나오다가 무서운 병명이 튀어나왔다. 췌장암. 스티브 잡스의 목숨을 앗아간 암.
그러자 문득 머릿속에 아내의 장례식이 그려졌다. 나는 영정 앞에 무릎 꿇은 채 오열하고 있었다.
"여보 고생만 시키다 보내서 미안해!"
아내의 삶은 호강보다 고생에 훨씬 가깝다. 육아 휴직 중인 요즘은 종일 아이와 부대낀 후 밤에도 이유식 만들기 바쁘고, 복직할 생각만 하면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만큼 회사 생활도 녹록지 않다.
그러고 보면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은 청년 시절에도 중년 시절에도 얼마나 고단한 하루하루의 연속인가. 노년은 내가 살아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인생은 정말 수고스러운 현상이다.
어서 베스트셀러 내고 대박 나서 아내의 고생을 덜어줘야 할 텐데…… 나도 좀 편하게 살고.
이렇게 뭐 하나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하며 괜한 감상에 빠지는 증상을 심리학에서는 파국화라 말한다.
점심때 그렇게 배가 아팠던 아내는 다행히 야식으로 피자까지 거뜬히 소화할 만큼 금세 회복했다. 파국은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