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쓴다. 줄리아 카메론이 <아티스트 웨이>에서 설파한 모닝페이지는 간단히 말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빈 종이에 의식의 흐름을 가감 없이 적는 글쓰기 법이다. 그 목적은 창의성을 기르고 발현하는 것이다.
나는 두어 달 전부터 매일 모닝페이지를 쓴다. 카메론은 A4 용지(정확히 말하면 미국에서 쓰는 레터 용지지만 크기는 비슷하다) 3쪽 정도 쓰라고 하지만 나는 아침에 시간이 많지 않아 1쪽으로 만족한다. 정확히는 A5 용지 2쪽이다.
그 시간은 하루 중 내가 육퇴 후 만끽하는 짧은 자유 시간 다음으로 좋아하는 순간이다. 내 생각을 종이에 쏟아내고 나면 개운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종종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생각이나 감정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어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 나는 장모님이 오시면 쓰도록 침대를 놓은 방에서 여섯 살 첫째와 함께 잔다. 아이는 새벽이든 아침이든 잠에서 깼을 때 옆에 아무도 없으면 짜증을 내거나 서럽게 운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도 옆을 떠날 수 없다.
그런데 모닝페이지는 써야 하고 불은 켤 수 없고……
그래서 침대에 A5 용지를 끼운 클립보드를 놓고 왼손으로 손전등 기능을 켠 휴대폰의 불빛을 비추며 오른손으로 글씨를 쓴다. 쓸 때도 불편하고 다 쓰고 나면 허리는 괜찮은데 고개를 숙인 것도 아니고 든 것도 아닌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목이 뻐근하다.
그렇게라도 쓴다. 말했듯이 모닝페이지가 좋아서. 모닝페이지를 쓰는 날이 늘어날수록 내 안에서 넓어지는 창조력의 상수도를 느낀다. 창조의 인프라가 나날이 발전하는 것, 그게 요즘 내 삶의 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