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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r 19. 2023

합리적이고 약탈적인 소비

합리적 소비는 누군가의 자본과 노동을 착취한 결과이기도 하다.


가방을 '보러' 갔다. 8년 전쯤 산 노트북 가방이 브랜드명이 벗겨질 만큼 낡기도 했고 너무 투박해서 날렵하게 생긴 새 가방이 필요했다.


근처 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 매장에 갔다. 여러 제품 중에 마음에 쏙 드는 모델이 하나 있었다. 너무 크지 않고, 너무 젊어 보이지 않고, 얇고 가벼웠다.


가격을 보는 척하며 상품 코드를 외웠다. 매장을 나와 인터넷 검색을 했다. 최저가가 매장가보다 3만 원 더 쌌다.


인터넷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1만 원 차이면 그냥 사겠는데 3만 원이면 라지 피자가 한 판이요, 왕돈까스가 세 그릇이다.


하지만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누군가가 물건을 팔기 위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입점한 매장에서 짧게나마 점원의 시간을 이용하고서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물건은 다른 데서 구입했기 때문이다. 장사하려고 차린 가게를 그저 전시장으로 썼다.


다들 이런 식이면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돈을 벌고 살아남을까. 가뜩이나 불경기라 밖에 나가면 임대 딱지가 붙은 점포가 한둘이 아니다.


나는 도서정가제에 찬성한다.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아야 책을 실물로 구경하고 고르는 재미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합리적이지만 약탈적인 소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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