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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y 27. 2023

무덤에서 부활한 책

서가는 책의 무덤이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먼저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고 시간이 남으면 매대를 본다. 매대는 눈에 잘 띄도록 표지를 위로 해서 책을 눕혀 놓은 진열대를 말한다.


매대 뒤로 서 있는 책장, 즉 서가에는 수많은 책이 책등을 내밀고 빽빽이 꽂혀 있다. 웬만큼 시간이 남지 않는 한  서가까지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책등이 생긴 게 다 거기서 거기고 한 칸에 2~30권씩 꽂혀 있으니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그 제목들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거와 집중해서 읽다 보면 그 양이 워낙 많아서 금세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래서 서가는 책의 무덤이다. 오늘 거기서 한 권 구제해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목이 눈에 띄어서 뽑았더니 저자가 2006년에 편집자가 됐다고 쓰여 있었다. 나는 2008년에 번역가가 됐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출판계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느슨한 동질감을 느낀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라고 말할 때 이런 기분 아닐까.


그래서 동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한 권 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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