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데리고 첫째 마중 나갔는데 유치원 버스가 조금 일찍 왔는지 다른 애들은 내리고 첫째만 남아 있었다. 후다닥 내린 첫째는 "아린이랑 놀아야 해. 아린아!"라는 말만 남기고 잽싸게 놀이터로 뛰어갔다.
쫓아가보니 평소 놀이터에서 못 보던 여자애가 있었다. 들어보니 같은 반 친구인데 동생이 우리 아파트 어린이집에 다녀서 종종 온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첫째 입가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요 몇 달 중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이다. 같이 놀면서 수시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아린아, 아린아!" 부른다.
급기야는 놀이터가 떠나가게 "아린아, 사랑해!"라고 외치면서 덥썩 끌어안는데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여자애 표정은 못 봤지만 그러고서 잘 놀고 중간중간 같이 손도 잡고 다니는 거 보면 다행히 우리 애가 억지로 안은 건 아닌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다시 생각해도 모르겠다. 애한테 뭐라고 해야 하는지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내에게 담임 선생님과 얘기해보라고 했다. 선생님이 놔둬도 되면 놔두라고, 교육이 필요하면 필요하다고 알려주시겠지.
첫째는 평소에는 수줍음이 많지만 종종 보면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는 퍽 과감하다. 연애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