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캠핑이 싫어

by 김콤마

그러고 보니 나도 여행을 적잖이 다녔다. 자유 여행도 가고 패키지 여행도 가고, 이탈리아 휴양지의 고급 호텔에도 묵어 보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산골 오지에서 화장실이 없어 땅을 파서 변을 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이래저래 10여 개국을 다녔다. 그러고서 얻은 결론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한민국이 최고고 그중에서도 내 집이 최고란 것. 그래서 나는 집 밖에서 자는 것을 안 좋아한다. 전국을 달구는 캠핑 열풍을 보며 ‘다들 사서 고생도 차암 열심히들 한다!'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캠핑 얘기를 꺼내도 건성으로 “그래, 생각해보자”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인생은 원래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는 게 아니라서 첫째가 유치원에 다니고부터 자꾸만 캠핑 얘기를 꺼냈다. 친구들이 갔다 왔다니까 자기도 가고 싶은 거다. 그래, 친구들 하는 거 다 하고 싶은 나이지. (그런데 왜 친구들 다 다니는 태권도는 안 간다는 거냐?) 이번에도 역시 “그래, 생각해보자”로 때우다 도저히 안 돼서 여름에 용단을 내렸다.


캠핑은 텐트부터 시작해서 각종 장비가 필요한데 아빠 닮아서 집돌이 끼가 다분한 첫째가 한 번 갔다 오고서 안 간다고 하면 처분하는 것도 일이므로 몸만 가면 되는 글램핑을 택했다. 그것도 당일치기로. 괜히 일박 하러 갔는데 첫째든 둘째든 집에 간다고 난리 치면 내 마음도 난리가 날 것 같아서 안전하게 가기로 한 것이다. 더욱 안전하게 처제까지 꼬셔서 데려갔다. 원래 육아는 쪽수 싸움이다. 애보다 어른이 많아야 유리하다.


글램핑장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였고 텐트는 당일치기용이어서 우리 식구 다섯이 들어가니까 어른들은 다리를 모으고 앉아야 할 만큼 비좁았지만 다행히 에어컨은 시원했다. 애들은 수영장에서 두 시간쯤 굴렸더니 아직 한여름이 아니라 해가 좀 떨어지자 이를 덜덜 떨며 나왔다. 텐트로 돌아와 첫째는 어디서 배웠는지 빈백에 척 누워 한 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에 올리고는 내 아이패드로 넷플릭스 삼매경에 빠졌다. 그 자세로 옆에 있는 그릇에서 과자를 한 움큼씩 쥐고 입에 털어넣는 손동작도 잊지 않았다. 집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앉아서 보고 앉아서 먹어야 하고 아이패드 말고 TV로 멀찍이 떨어져서 봐야 한다. 하지만 밖에 나왔으니까 기분 내라고, 사실은 우리가 힘들어서 그냥 풀어줬다.


둘째는 어떻게든 형 옆에서 같이 보려고 달라 붙고, 그럴 때마다 첫째는 신경질을 내며 내쫓고, 그러면 둘째도 지지 않고 신경질을 냈다. 좀 조용히 하라고 평소에 못 먹게 하던 과자를 실컷 먹게 해줬지만 소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냥 냅뒀다. 밖에 나왔으니까 그 정도 방임은 용납되겠지.


그러고서 저녁으로 고기를 굽고 있으려니 텐트 앞 간이 의자에 아까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동생과 어느새 나란히 앉아 어스름 속에 실루엣으로만 보이던 첫째가 노곤하지만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다음에는 자고 가자.”


이걸 좋아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잠 자고 가는 건 당일치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애들 침구도 챙기고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 아침거리도 챙기고 일이 커진다. 불편해서든 흥분해서든 애들이 밤에 순순히 잔다는 보장도 없다. 결정적으로 나는 집 밖에서 자는 게 싫다. 사서 고생이다.


하지만 들어줘야지. 나쁜 일만 아니면 여력이 되는 한 하고 싶다는 거 다 하게 해줘야지. 그래야 나중에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라고 건방을 떨 때 조목조목 말해주지.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증거를 남겨서 “옜다”라고 당당히 던져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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